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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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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핵심 간부, 北공작원 만난뒤 산하단체에 지하조직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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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간부들 北과 접선] 국보법 위반 혐의 4명… 그간 어떤 활동 벌였나

조선일보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오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에 들어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모습앞에서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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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민노총 전·현직 간부 등이 2017~2019년 동남아 일대에서 북측 공작원들과 접촉한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이들은 클라우드나 외국 이메일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버 드보크’ 등을 활용해 북측과 수년간 교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방첩 당국에 따르면, 민노총 조직국장 A씨는 2017년 9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2019년 8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노동당 직속 대남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 인사와 각각 접촉한 혐의가 있다. 전(前) 금속노조 부위원장 B씨의 경우 2019년 8월 A씨와 하노이에 함께 갔고, 이때는 B씨가 혼자 북한 공작원을 만났다고 한다.

방첩 당국은 또 A씨가 2016년 8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의 수상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북한 공작원이 A씨가 중국에 입국할 때 들었던 ‘보스턴 백(여행 가방)’과 비슷한 가방을 갖고 북한으로 되돌아간 정황을 국정원이 파악했다는 것이다. 또 같은 해 9월 A씨가 베트남에서 북한 공작원 측으로부터 ‘검은색 물건’을 받아 귀국한 뒤 국내 환전소에서 1만달러를 환전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양측 간에 ‘공작금’ 등이 오갔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정원은 보강 수사를 거친 뒤 이 부분을 A씨 등의 혐의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C씨와 금속노조 출신으로 알려진 제주평화쉼터 대표 D씨는 2017년 9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가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방첩 당국은 당시 A씨도 프놈펜에 있었다는 단서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C씨, D씨가 하루 이틀 간격으로 같은 호텔에서 북한 공작원을 따로따로 만났다는 것이다.

방첩 당국은 북한이 민노총과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등에 지하조직을 만들려고 했고 A씨가 그 과정을 주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상급 조직인 민노총 간부이고, B씨와 C씨는 각각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D씨는 금속노조 출신으로 알려졌다. A씨 등은 북한 공작원 2~3명을 만났는데, 창원 ‘자주통일 민중전위’와 제주 ‘ㅎㄱㅎ’가 접촉한 북한 문화교류국의 동남아 거점 담당인 김명성과는 다른 공작원들이라고 한다.

방첩 당국은 작년 8월 민노총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한미 동맹 해체’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하며 서울 도심에서 ‘8·15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당시 민노총은 북한 노동자 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이 보낸 ‘미국과 남조선의 보수 집권 세력이 침략 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여놓고 있다’ ‘반통일 세력의 대결 망동을 짓뭉개 버려야 한다’ ‘조선 반도에서 핵전쟁 위험이 갈수록 짙어가고 있다’는 연대사를 그대로 낭독했다. 방첩 당국은 A씨 등의 활동이 이 집회와 무관하지 않다고 의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자주통일 민중전위’ ‘ㅎㄱㅎ’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등 간첩단 혐의 지하조직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법조인은 “민노총 본부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까지 법원이 발부해준 것은 이례적”이라며 “국정원이 A씨 등의 혐의를 상당 부분 입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씨 등 4명은 폭력, 공무 집행 방해 등 전과(前科)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00년대 ‘제1기 반미·반전 민족공조 경기지역 통일선봉대’에서 활동하며 국가보안법 철폐, 주한 미군 철수 등을 주장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뒤에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석방 운동 등에도 참여했다. 작년 10월에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공공 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투쟁 선포 대회’의 사회를 맡기도 했다. 이 행사에는 이른바 ‘윤석열차’로 불리는 조형물이 동원되기도 했다.

B씨는 기업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쇠사슬 투쟁’을 벌였다. C씨는 코로나 국면에서 주로 활동했고, D씨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며 “국가보안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는 등 고통받고 있는 데 아직 없어지지 않고 있다” 고 했다.

남주홍 전 국정원 차장은 “북한이 과거 경기동부연합 등을 통해 제도권 정당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민노총에 전격적으로 들어오진 않았었다”며 “우리 사회의 노동자·농민 계층을 본격적으로 파고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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