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흑석동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성당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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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나경원 전 의원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윤핵관이 ‘제2의 유승민’ 낙인찍기로 자신을 축출하려 하자 15일 장 의원이 ‘제2의 진박감별사’라며 계파 갈등을 초래하는 장본인으로 규정했다. 오는 3월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 권력투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의 나 전 의원에 대한 격한 반응의 배경에는 내년 4월 치러질 총선 공천권이 놓여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는 당 분열로 인한 총선 패배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제2의 진박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느냐”며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장 의원 등의 ‘탄압’을,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심사위원장이었던 이한구 전 의원 등 친박(근혜)계가 비박계 솎아내기에 나서 총선에서 참패한 과거에 빗댄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자신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한 지난 13일 장 의원이 자신을 “유승민·이준석과 뭐가 다르냐” “반윤의 우두머리”라고 비난한 데 이어 전날도 “얄팍한 지지율과 일자리가 필요한 정치낭인들에 둘러싸여 헛발질을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한 데 맞서 나온 반응이다.
나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에 누가 보탬이 되고 누가 부담이 되는지는 이미 잘 나와 있다. 당원과 국민들도 분명히 그 팩트를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장 의원도 이날 “결코 제2의 진박감별사가 될 생각이 없으니 나 전 의원도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길 바란다”고 응수했다. 배현진·박수영 의원 등 윤핵관들도 나 전 의원의 상황을 유명 헐리웃 영화 <나홀로 집에>에 빗댄 ‘羅(나경원) 홀로 집에’라는 표현을 SNS에 올리면서 “안타깝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제2의 진박감별사는 장 의원을 겨냥한 말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국민과 당원이 판단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여권에선 장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 비판과 당 분열 우려가 쏟아졌다. 5선인 서병수 의원은 SNS에서 “당이 나아갈 길,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겠다는 비전은 없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줄 세우기뿐”이라며 “이렇게 당대표를 뽑아놓고서는 내년 총선에서 무엇을 내세워 유권자를 설득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쓴 글에서 “과연 나 전 의원이 그렇게 비난받을 일을 했는가. 당내에서 이만한 일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말인가”라며 “선거도 하기 전에 내부 갈라치기부터 하면 선거 후의 모습이 지극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준석 전 당대표는 전날 “이번 전당대회는 자기가 누구 밀어서 사무총장해서 공천 파동 일으키고 싶다는 사람을 심판하는 선거”라며 장 의원을 겨냥했다.
당권주자들도 일제히 나섰다. 안철수 의원은 “특정인을 향한 위험한 백태클이 난무한다”며 “진박감별사와 비슷한 행태가 재현되는 것은 우리가 망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은 “민심을 버리고 윤심에만 아부해서 당을 망친 자들은 반드시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상현 의원은 “더 이상 책임 없는 호가호위를 하지 말라”고 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대표 출마자는 물론 우리 당원들은 앞으로 ‘친윤’ ‘반윤’이라는 말을 쓰지 말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전당대회를 대통령을 공격하고, 우리 당을 흠집 내는 기회로 사용하지 말라”면서 “이런 분들에 대해서는 당과 선관위원회가 즉각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유 전 의원은 “대통령을 공격하면 당이 즉각 제재한다고 협박한다”며 “권력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가보다”라고 비판했다. 또 “지금이 일제 강점기인가, 군사독재 시절인가 아니면 여기가 대한민국 아니고 북한인가”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총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6년 총선 참패를 부른 진박감별사 논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3선인 조해진 의원은 통화에서 “과거에도 공천권을 가지고 마음대로 휘두르다가 분열해서 총선에서 참패하고, 그 때문에 탄핵을 못 막은 것”이라며 “바로 엊그제 일인데 또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정말 한심하다”고 말했다. 한 영남권 초선 의원은 “나 전 의원은 어쨌든 (유권자에) 소구력이 있는 분”이라며 “내년 총선을 준비하려면 친윤·비윤에 반윤까지도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완장을 찬 무리(윤핵관)가 당의 중요한 포스트를 차지한다면 총선은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에서 자기 편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 욕심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근본 원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공천권을 둔 권력 다툼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임기 중 국정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국민의힘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것도 자신의 의중을 충실히 따를 의원들이 필요하다. 윤핵관들이 차기 대선주자는 당대표가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다수 여론조사에서 여당 지지층 대상 당대표 지지율 1위를 나타낸 나 전 의원을 눌러앉히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장 의원은 이날 “지금 우리 당의 유일한 지도자는 윤 대통령”이라고 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은 윤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당대표에 자기 사람을 심어서 총선 때 자기 사람을 공천하고 싶은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주류의 독주에 그외 인사들이 반발하는, 당내 권력을 둘러싼 갈등”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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