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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OSEN 'Oh!쎈 초점'

송혜교의 정지소 복수극, '더 글로리'가 통한다는 건[Oh!쎈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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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용서는 없어, 그래서 영광도 없겠지만". 영광을 버려야만 용서는 못해도 복수라도 할 수 있다. 어른 된 송혜교의 정지소 시절에 대한 복수극 '더 글로리'가 제대로 된 처벌 없는 학교 폭력의 뼈 아픈 현실을 일깨우고 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가 연일 호평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아시아 국가들을 휩쓸더니 글로벌 차트에서는 새해 첫 주 3위까지 올랐다.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 문동은(정지소, 송혜교 분)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보여주는 처절하고 치밀한 복수극이 호응을 얻은 덕분이다.

특히 '더 글로리'에서는 극 중 피해자인 어린 문동은(정지소 분)이 스스로를 구제할 수 없던 열악한 환경이 보는 이들의 공감대와 몰입감을 자극한다. 가해자인 어린 박연진(신예은 분)의 엄마(손지나 분)는 돈으로 딸의 범죄를 무마하려 하고, 문동은의 유일한 법적 보호자인 친모(박지아 분)는 합의금을 챙기고 딸의 피해를 나몰라라 한다. 담임 교사는 이에 동조하다 못해 문제를 제기한 문동은을 거세게 폭행하기까지. 이 같은 상황에 학교 폭력은 피해자가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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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더 글로리'의 복수극은 정지소가 아닌 성인이 된 문동은, 송혜교에 의해 시작된다. 법적으로 보호자가 필요 없고, 스스로를 항변할 수 있는 성인이기에 과거의 피해를 이제라도 당당하게 꺼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랜 시간 피해를 잊지 않고 떠올린 만큼 원한은 더해지고 복수도 치밀해진다.

치밀한 복수극은 드라마적으로는 탄탄한 구성과 권선징악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더한다. 동시에 학교 폭력에 관한 한 보상도, 처벌도 미성년 피해자와 가해자들에게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나아가 학교 폭력을 은연 중에 미성년의 치기로 국한하는 한국 사회의 편견을 깨부순다.

이를 통해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이라는 극 중 소재를 청소년 범죄를 너머 한 사회의 문제로 확산시킨다. 처벌하지 않은 범죄, 보상하지 못한 피해는 성인이 돼서도 행복을 거부하는 문동은처럼 사회를 병들게 할 뿐이라고. 학교 폭력이라는 주제가 청춘 드라마, 10대 시청자들에게 한정된 소재가 아니라는 것 만으로도 이 드라마가 이야기하는 권선징악의 정의감이 한층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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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미 K콘텐츠 안에서 비슷한 소재와 권선징악을 다룬 구조는 많았다. 유쾌한 히어로가 등장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처벌하지 못한 가해자를 응징하는 이야기는 이제 뻔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이에 '더 글로리'를 소재가 신선한 작품이라고 말 할 수는 없겠다. 심지어 지나치게 우연에 기인한 문동은과 주여정(이도현 분)의 로맨스는 기존 김은숙의 전공이나 다름 없던 신데렐라 스토리를 연상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지소의 한을 송혜교가 풀어내게 만들었다는 점이 '더 글로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딸이 맞고 오는 것보다는 때리고 오는 게 나을 것 같았다는 우연한 질문에서 시작한 김은숙 작가의 성찰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더 글로리'는 자극적이지만 정의롭다. 어른들의 시선에서 다루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복수의 강도도 거세고 후폭풍도 더 매섭다. 용서는 없고, 그래서 영광도 없다는 티저 포스터의 문구는 이런 뜻이었던 걸까.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눌러담은 '더 글로리'의 이야기. 3월에 돌아올 파트2까지 이 기대감과 설렘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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