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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총기 제조·판매 ‘허가갱신’ 도입 무산…규제개혁위 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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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안전관리 강화” 총포화약법 개정 추진하다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 “과도한 규제” 권고에 철회

경향신문

2015년 2월 25일 세종시 한 편의점에서 50대 남성이 엽총을 쏴서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종경찰서 관계자들이 피의자가 범행에 사용한 총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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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한국에선 총기를 마음대로 소지할 수 없다.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총기 등 총포만이 아니다. 칼·검·창 등 도검, 화약·폭약 등 화약류, 분사기, 전자충격기, 석궁도 마찬가지다. 호신이나 영화·연극 소품의 목적이어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총포 등을 제조·판매하려 할 때도 허가가 필요하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에 근거한다.

총포 소지자는 3년마다 허가를 갱신해야 한다. 반면 도검·분사기·전자충격기·석궁 소지자는 그럴 필요가 없다. 총포 등의 제조·판매업자도 한 번만 허가를 받으면 그만이다.

경찰청은 이들 모두가 5년마다 허가를 갱신하도록 하는 내용 등의 총포화약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소지·제조 등의 부적격 사유가 발생했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국가경찰위원회도 여기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는 “과도한 규제”라며 철회를 권고했다. 규제개혁위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경찰청은 결국 허가갱신 제도의 도입을 접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사실상 영구 허가”


발단은 감사원의 감사였다. 감사원은 2020년 11월 인천 및 충남 경찰청을 대상으로 정기감사를 진행했다. 2021년 3월 공개된 감사보고서를 보면, 감사원은 총포 등의 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총포 등의 제조·판매업자를 대상으로 한 허가갱신 규정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현재 총포 소지자는 3년, 화약류 제조보안책임자 및 관리보안책임자의 면허는 5년 주기로 허가를 갱신해야 하는 것과 대비된다.

또 제조·판매업자가 최초 허가를 받은 이후 정신장애나 범죄경력 등의 ‘결격사유’가 발생했는지를 경찰관서가 주기적으로 점검하지도 않는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제조·판매업을 할 수 없는 결격사유는 총포화약법에서 규정한다. ‘심신상실자,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또는 알코올 중독자,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정신장애인’,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이다.

감사원은 “최초 제조·판매업자가 허가를 받은 이후에 정신장애나 범죄행위 등으로 인해 결격사유가 생기더라도 경찰관서에서 이를 알지 못해 허가를 취소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결격사유가 있는 제조·판매업자가 총포 등을 소지하고 공공의 안전에 위해를 가하면 개별 총포 소지자보다 인명 살상 등 피해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감사원이 2016년 1월~2020년 9월 총포 등의 제조·판매업자 438명의 진료기록을 살펴본 결과, 24명이 ‘알코올 사용에 의한 정신 및 행동 장애’ 등의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또 5명이 범죄경력과 관련한 결격사유에 해당했지만 당국에서 이를 파악하지 못해 허가 취소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감사원은 “결격사유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경찰청장에게 통보했다.

이후 경찰청은 총포화약법 개정을 추진해 지난해 4월 자체 개정안을 완성했다. 허가갱신 제도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이 개정안은 총포 등의 제조·판매·임대업자도 한번 허가를 받은 뒤 5년 주기로 허가를 갱신토록 한다. 총포 외에 도검·화약류·분사기·전자충격기·석궁의 소지자도 5년마다 허가를 다시 받도록 한다.

경찰은 “이들의 허가는 갱신기간이 없어 영구적으로 허가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라며 “취급 부적격자를 사전에 걸러내기 위해 결격사유 해당 여부 등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갱신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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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총과 전기충격기 등 호신용품 /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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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격사유도 강화


개정안은 또 총포 등의 제조·판매·임대업자, 화약류저장소 설치자 등의 결격사유도 소지자의 결격사유와 같은 내용으로 변경했다. 이 또한 감사원의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정신장애인’을 ‘정신질환자 또는 뇌전증 환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으로 강화한다. 치매, 조현병, 조현정동장애, 조울병 등이 결격사유에 포함된다. 경찰은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을 앓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이고, 정신장애인은 정신질환 등으로 오랫동안 일상 및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서 장애인으로 등록된 사람을 일컫는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제조·판매·임대업자도 허가를 받을 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서나 소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현재 허가에 필요한 서류인 ‘신체검사서’에도 심신상실,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검사, 알코올 중독 등의 진단 결과를 기재하긴 해야 한다. 하지만 내과에서 진단을 내리도록 돼 있어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정신질환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경찰은 “제조·판매·임대업자는 다량의 총포·도검·화약류 등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소지자처럼 동일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2015년 세종과 경기 화성에서 엽총을 이용한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뒤 총포화약법이 개정돼 총포 등 소지자의 결격사유도 ‘정신장애인’에서 현행처럼 ‘정신질환자’로 강화된 바 있다.

경찰청은 이런 총포화약법 개정안을 국가경찰위원회에 상정했고, 경찰위도 특별한 내용 변경 없이 의결했다. 이어 지난해 5~6월 입법예고까지 마쳤다.

“대체방안 충분히 있다”


그러나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규제개혁위는 지난해 9월 총포화약법 개정안 내용 가운데 허가갱신 제도를 두고 “규제 목적에 비해 내용이 과도하다”라며 철회를 권고했다. 중앙행정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규제개혁위의 권고에 따라야 한다고 행정규제기본법은 규정한다.

경찰청은 당시 규제개혁위 회의에서 “빈틈없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허가갱신 제도의 도입 취지와 필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중증정신질환자의 3분의 2가 치료를 받지 않아 기록이 없어 결격사유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심각한 허점이 있기 때문에 허가갱신 때마다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서를 받으려 한다”라며 “국민에게 무기 관리의 경각심을 부여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규제개혁위는 총포 등을 주기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5년 주기 허가갱신을 일률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무기별) 위험성의 차이가 반영되지 않았고 60만명 이상 피규제자의 규제 부담이 크다”라며 반대했다. 2021년 기준 총포 등의 제조·판매·임대업자 등은 689명, 도검·분사기·전자충격기·석궁 소지자는 60만1552명이다. 이들이 새로운 허가갱신 제도에 따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약 208억원으로 경찰청은 추산했다. 허가증 교부 수수료와 신체검사 및 정신과 전문의 진단서 발급 비용 등이다. 경찰청은 그런데도 ‘안전사고 예방에 따른 안전한 사회 조성’이라는 편익이 더 크다고 봤지만, 규제개혁위는 경찰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규제개혁위는 대안이 존재한다는 이유도 들었다. “현재 개정을 추진 중인 ‘결격사유 확인제도’와 현행 법령상 점검 및 검사제도, 총포안전관리계획 등을 내실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격사유 확인제도는 보건복지부, 병무청, 지방자치단체, 육해공군 및 해병대, 치료감호시설 등이 정신질환이나 마약 중독과 관련한 정보를 매 분기 1회 이상 경찰청에 통보토록 한 것을 말한다. 이들 기관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추가하는 내용의 총포화약법 시행령 개정안을 경찰청은 추진 중이다. 건보공단으로부터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알코올 중독,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요양급여를 받은 사람의 개인정보도 경찰청이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경찰청은 이미 2021년부터 제조·판매업자 등을 대상으로 결격사유 발생 여부 등을 매년 한 번씩 점검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도검 등의 소지자도 점검하면, 허가갱신 제도를 도입하지 않아도 안전관리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게 규제개혁위의 판단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허가갱신 제도는 삭제한 채 총포화약법 개정안을 경찰위에 상정했다. 경찰위는 그러나 규제개혁위에 재심사를 요청키로 의결했다. 경찰위는 “허가갱신 제도 신설이 피규제자들에게 과도한 침해를 가져오는 규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규제개혁위의 철회 권고 취지는 국민 경제활동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이나, 허가갱신 제도의 신설은 외려 국민의 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재심사를 요청했지만 규제개혁위의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허가갱신 제도는 추진을 중단키로 최종 결정했다. 총포화약법과 그 시행령의 개정안은 현재 법제처에서 심사 중이다.

수정된 개정안에는 앞서 언급한 총포 등의 제조·판매·임대업자, 화약류저장소 설치자 등의 결격사유를 강화하는 내용은 그대로 담겼다.

아울러 스토킹 범죄로 처벌받은 사람도 총포 등을 소지할 수 없도록 했다. 기존에도 스토킹 범죄는 ‘다른 사람의 생명·재산 또는 공공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보고 허가를 내주지 않았지만, 보다 명확하게 법에 명시한 것이다.

그러면 스토킹 범죄를 저질러 벌금형을 선고받고 5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지금도 스토킹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형의 집행이 끝난 날부터 5년이 안 된 사람은 총포 등을 소지할 수 없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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