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하자 무력으로 정권 장악…수치 고문 30일 최종 판결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현 미얀마 군사정권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지난해 쿠데타 직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에게 차기 대통령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치 고문이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자리를 제안했으나,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이를 거부하고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증언이 나왔다.
30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일 쿠데타가 발발하기 직전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지도자였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쿠데타를 막기 위해 군부와 마지막 협상에 나섰다.
당시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대통령직을 요구하면서 수치 고문이 대통령을 맡지 못 하게 한 헌법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제안했다.
2008년 군부가 제정한 미얀마 헌법은 수치 고문을 겨냥해 가족 중에 외국 국적자가 있는 경우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다는 규정을 담았다.
외국인과 결혼해 외국 국적 자녀를 둔 수치는 이 규정 때문에 2015년 11월 총선에서 승리해 문민정부를 출범시켰지만,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그는 국가고문이라는 비헌법 기구를 만들어 막후 정치를 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계획은 수치 고문이 NLD 정권 두 번째 임기 첫 3년간 대통령을 맡고, 나머지 2년은 자신이 대통령직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치 고문은 이를 거절하고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부통령이나 군사위원회 위원장 등 다른 직책을 맡을 것을 요청했다.
대통령직을 손에 넣지 못하게 된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NLD가 압승을 거둔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면서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했다.
수치 고문은 군정 법원에서 이미 26년형을 선고받았으며, 30일 남은 5개 혐의와 관련된 최종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이라와디는 군부에 체포됐다가 지난달 사면된 미국 국적의 쪼 테이 우가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쿠데타 전 대통령직을 맡으려고 했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비공개회의에서 양측이 논의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쪼 테이 우는 수치 고문이 어머니를 기념해 지난 2012년 설립한 재단 산하 학교장으로 일한 측근으로 알려졌다. 그 역시 지난해 9월 테러 혐의로 체포돼 1년 넘게 수감 생활을 했다.
쪼 테이 우는 "체포 후 군인들이 내가 미국인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18일간 고문을 받았다"며 "군인들은 신문 중에 내가 죽으면 자신들이 승진할 것이라고 살해 위협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 군부와 의견이 맞지 않아 수감된 군인들은 군정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으며 부당한 대우로 불행과 불안을 느낀다고 했다"며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거만하고 다른 누구도 믿지 않는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 |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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