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로고와 일론 머스크 합성 이미지 |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언제든 칼을 빼 들 준비가 된 전사였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는 고승의 법어처럼 구습에 얽매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머스크의 이런 이미지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와 결합하면서 미래를 개척하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발전했고, 기업가로서 보기 드문 강력한 팬덤까지 구축했다.
머스크가 등장하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공개 행사에는 구름 관중이 몰렸고 그의 트위터 계정 팔로워는 1억2천만 명을 넘었다.
머스크는 싸움을 걸 때 성역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지난해에는 노조를 갖춘 미국 자동차 업체에 더 많은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부여하는 법안과 부유세 법안을 놓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집권 민주당 의원들을 매섭게 공격했다.
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에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제공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조롱했다.
테슬라와 트위터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
그의 행보는 언제나 좌충우돌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테슬라와 스페이스X 브랜드를 대중에게 극적으로 각인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머스크가 마냥 '입방정 괴짜'처럼 행동한 것도 아니었다. 회사의 명줄을 움켜쥔 곳에는 고개를 숙이는 영악한 처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 정상을 향해 거침없이 으르렁대던 머스크가 중국에 대해선 이빨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상하이 공장이 테슬라 성장을 뒷받침하는 엔진이다 보니 그는 현재까지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리는 공개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의도했던 아니든, 기행(奇行)과 영악함을 오가는 머스크의 '마이웨이' 경영 방식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탄탄대로에 올려놓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말 소셜미디어 트위터 인수는 '머스크 리스크'의 민낯을 보여주는 시발점이 됐다.
트위터 직원의 50%를 자르는 대규모 정리해고, 콘텐츠 관리 정책 변경 및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 복구, 유력 언론사 기자 계정의 무더기 정지 사태 등 각종 논란은 트위터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광고주들의 이탈을 초래했다.
여기에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정신이 팔린 사이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한다는 '오너 리스크'가 부상하면서 테슬라 주가는 추락했다.
테슬라 로고 |
테슬라 주가는 연초 대비 60% 넘게 빠지면서 시가총액 5천억 달러가 무너졌고, 머스크 자신도 세계 1위 부자 자리를 내놓았다.
테슬라가 위기에 처하자 머스크는 자신을 대신해 트위터를 경영할 후임 CEO를 찾고, 2년 동안 테슬라 주식도 팔지 않겠다는 임시 처방전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머스크는 자신이 만든 위기의 본질을 외면하고 남 탓을 했다.
테슬라의 장기투자자 로스 거버가 "지금 테슬라 주가는 CEO의 부재에 따른 가치를 반영한 것으로, 개편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하자 머스크는 "집에 가서 증권 분석 기초 교과서나 읽어보라"고 타박했다.
금리 인상 등 외부 환경 탓에 테슬라 주가가 흘러내렸다는 주장이었다. "머스크가 테슬라를 버렸다"는 주주들의 항의에 고개를 돌린 셈이다.
아울러 트위터 정리 해고 논란에 대해선 "비용 절감 조치"라고 항변하면서도 여론과 평판에 민감한 광고주들을 몰아낸 것에 자신이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는 눈을 감았다.
머스크는 그동안 적수를 만나면 강력한 전투 본능을 보여줬다. 때로는 벼랑 끝 전술로 상대방을 질리게 해서 두 손을 들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머스크는 아직 진정한 강적과 대면할 용기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함에서 그 싸움은 시작된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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