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협상의 복병으로 작용했던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예산까지 패키지로 합의한 배경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세제 전문가' 김진표 국회의장이 직접 50% 삭감해 편성하는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과 헌정사상 초유의 정기회 내 처리 실패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여소야대 속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는 '스트롱맨' 대치 정국에서 국회 본연의 임무를 완수한 데 김 의장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평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왼쪽)·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앞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2022.12.16 leehs@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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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에 따르면 김 의장은 예산안 3차 처리 시한인 15일 이후 양당에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50%로 삭감 편성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두 조직은 윤석열 정부의 정통성과도 맞닿아 있어 신설 당시부터 양당이 강하게 충돌해왔다. 민주당은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을 '공안통치 부활'로 규정하며 반대해왔고,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역시 '검찰공화국'이라며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두 조직 모두 합법적이라는 입장이다.
김 의장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를 조율하기 위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발언 변화를 중심으로 중재안을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이 장관의 경우 경찰국 신설의 초안을 밝힌 6월 27일 브리핑에서 "행안부 장관은 치안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더라도 경찰청의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지휘·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지난달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해서는 경찰에 대한 지휘권한이 없다고 하면서 "경찰국은 치안과 전혀 무관한 조직"이라고 입장 변화를 보였다.
여기에 '두 기관에 관한 민주당의 이견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 시 대안을 마련해서 합의·반영한다'는 조항을 넣어 더불어민주당 측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법인세의 경우도 최고세율을 1%P 인하하는 방안에서 민주당 측의 '초부자감세' 비판을 고려, 과세표준 구간별로 각 1%P씩 인하하는 최종 중재안을 제시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2.12.16 leehs@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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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중재 노력은 '여야 합의 처리'라는 김 의장의 확고한 소신에 기반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김 의장은 법정 처리 시한이었던 2일,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 1차 협상시한인 15일, 2차 협상시한인 19일 총 네 차례 처리시한을 연기하면서까지 합의안 마련을 위해 힘썼다.
1차 협상이 결렬된 뒤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양당 원내대표들에게 강하게 호통을 치기도 했고,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월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김 의장은 또 다른 예산안 협상 '카운트 파트'인 정부 관계자들과 소통하면서 설득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만나 준예산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이상민 장관의 거취가 국정운영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협상 마지막 단계에서도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 중재안을 설득하면서 "예산안 합의의 시급성과 준예산 편성 위험성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김 의장은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구성 문제로 여야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국조특위 구성이라는 야당 측 입장과 예산안 처리를 선행하겠다는 여당 측 입장을 넣어 '선예산 후국조'라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또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공개·비공개 회동을 20여 차례 주재했고, 이달 초에는 직접 의장 공관에 초청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1차·2차·3차 중재안을 직접 '세법 3종세트' 등을 제시하면서 세제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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