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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전두환 군부 독재에 저항한 제헌의회(CA) 그룹이 반국가단체가 아니라는 두 번째 재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박정제)는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던 김아무개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제헌의회 그룹이 반국가단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검사의 제출 증거만으로는 범죄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무죄”라고 밝혔다.
제헌의회 그룹은 1986년 8월 김씨 등 전국민주학생연맹 출신 청년들이 주축이 돼 만든 단체다. 이들은 전두환 정권이 헌정 질서를 문란했으니 혁명을 통해 헌법을 새로 만드는 제헌의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전 국회의원 등 15명은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12명이 실형을 3명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반국가단체에 가입하고 이적 표현이 담긴 유인물을 제작·배포했으며, 블라디미르 레닌의 책을 소지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재심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을 담은 경찰·검찰의 신문조서는 모두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김씨는 1987년 1월5일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수사관들에 끌려가 불법 구금돼 조사받으며 자백을 강요 당했다. 김씨의 법정 진술에 따르면 안기부 수사관들은 김씨를 검찰에 송치하기 직전 ‘검찰에 가서 진술 내용을 부인하면 안기부로 끌려올 줄 알아라’고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심 재판부는 이들이 제작·소지한 유인물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표현한 것”이라며, 유인물과 레닌 저서 등의 증거만으로는 이들이 국외 공산 계열의 활동에 대해 동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 8월 같은 법원 형사26부(재판장 정진아)도 제헌의회 그룹 활동을 주도하다 징역 7년에 처했던 최아무개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제헌의회 그룹이 반국가단체가 아니라는 35년 만의 첫 판결이었다. 민병두 전 의원의 재심 사건 선고는 내년 2월10일로 예정돼있다.
선고 직후 김씨는 “당시에는 잡아가면 잡혀가고, 때리면 맞는 게 당연했는데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검찰만 1987년의 입장을 고수하는 게 참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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