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통보 때까지 수강 금지”…국제사회, 강하게 규탄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에서 지난 3월 눈만 내놓은 니캅을 입고 그 위로 학사모를 쓴 여대생들이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고 있다. 칸다하르 |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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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장악 이후 ‘여성 혐오’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탈레반이 이번에는 여성들의 대학 수업까지 금지했다.
중·고등학교에 이어 대학 교육까지 받지 못하게 하며 여성의 교육 기회를 사실상 차단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고등교육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공립 및 사립 대학교에서 여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탈레반 측은 각 대학에 이 같은 금지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고 이를 교육부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침으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교육과 취업 기회는 사실상 차단됐다. 탈레반은 이미 중·고교 교실에 여학생들의 출입을 금지했으며, 대부분의 일자리에서 여성들의 취업을 제한한 상태다.
탈레반은 여성들의 대학 교육에 제한을 두려는 의도를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앞서 여성들이 입학할 때 공학이나 경제학, 농학, 수의학과 등의 전공에 지원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대학 내에 성별이 구분된 교실과 출입구를 만들기도 했다. 또 여자 교수나 노인들만 여성들을 가르치게 했다.
다만 탈레반은 3개월 전 여성들이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르는 것을 허용했다. 이 때문에 일관성을 잃은 이번 결정은 여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고통을 키웠다. 한 여대생은 BBC방송에 “그들은 나와 내 미래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다리를 파괴했다”고 비난했다. 한 학부모는 “정부의 편지를 받은 딸이 대학에서 의학 공부를 계속할 수 없을까봐 눈물을 흘리며 내게 전화를 걸었다”며 “어머니들이 마음에 품은 고통은 말로 할 수 없다. 자녀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들 사이에선 대학 교육을 향후 온라인 학습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탈레반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탈레반의 이번 결정을 두고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탈레반 정부는 아프간을 장악한 뒤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하며 여성과 소수자들의 권리 보장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이슬람 율법을 갈수록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탈레반은 그들이 모든 아프가니스탄인 특히 여성과 소녀들의 인권과 기본권을 존중하기 전까지는 국제사회의 합법적 일원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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