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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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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난민기구 "영-르완다 난민 이송사업, 국제협약에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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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보트를 타고 영불해협을 건너온 이주민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영국 정부가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보내는 사업 계획에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현지 법원의 판단이 나왔지만, 유엔은 이런 이송 사업이 국제협약에 배치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 올가 사라도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망명 신청자 이송에 관한 영국과 르완다 사이의 협정은 1951년 국제사회가 채택한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과 양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은 난민이라는 용어를 정의하고 난민의 권리와 그들에 보호해야 할 각국의 법적 의무를 다룬 것으로, 1951년 7월 제네바에서 채택됐다.

협약의 핵심은 강제송환 금지 조항이다. 난민의 생명이나 자유에 심각한 위협이 될 만한 국가로 난민을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이 협약에 담겨 있다.

UNHCR이 이 협약에 배치된다고 지적한 영국·르완다 간 협정은 지난 4월 양국 정부가 체결한 것이다. 영국이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에 보내 망명 심사를 받게 하고, 그 대가로 르완다에 1억2천만파운드(약 1천906억원)를 지불하는 게 골자다.

르완다에서 받는 심사를 통과해 난민 지위를 얻으면 르완다에 약 5년간 머물며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다른 이민 절차를 밟거나 추방될 수 있다.

영불해협을 건너오는 불법 이주민 문제로 골치를 앓아온 영국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해법이지만, 목숨을 걸고 영불해협을 건너온 이주민들을 영국에서 6천400㎞ 이상 떨어진 르완다로 보낸다는 계획은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UNHCR이 이 협정을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 배치된다고 보는 것은 르완다의 인권 상황을 불안정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르완다로의 이송은 사실상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이 금지한 강제송환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역시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이송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계획은 당사자에게 불가역적인 피해를 줄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는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전날 영국 런던의 고등법원은 영국·르완다 간 이송 협정에 국제법상의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 판결로 인해 영국 정부가 인권 논란을 뒤로 한 채 이송 협정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의 주무 기관인 유엔난민기구가 영국·르완다 간 이송 협정의 문제점을 거듭 지적함에 따라 논란은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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