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
산유국 감산 기조에 대러 제재까지 '공급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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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해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가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방 리스크’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20일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주로 수요 측면의 하방 압력이 부각되면서 올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기조 유지, 러시아 제재 강화 등 공급 측면의 불안 요인이 적지 않게 잠재해 있어 상방 리스크가 상존해 있다”고 밝혔다.
(출처: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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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국가의 러시아 제재로 유가 상한제(배럴당 60달러)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턴 2개월마다 상한 가격이 재설정돼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질 수 있다. 현재 상한가격은 60달러로 러시아산 우랄유 가격(9일 추정치 54달러)을 상회하면서 아직까지 러시아가 공언했던 감산 등 보복 대응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자체적으로 국영 재보험사(RNRC)를 통해 보험을 제공하는 한편 100척이 넘는 노후 유조선으로 ‘그림자 선단’을 꾸리는 등 제재 우회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림자 선단은 글로벌 정유사, 보험업계와 거래하지 않고 제재 대상국인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 거래하는 유조선들로 2012년 미국의 이란 제재를 계기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그림자 선단은 선박 수 부족, 노후화로 물류 측면에서 공급 불안이 부각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또 내년 2월부턴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디젤유 등 석유제품 수입 제재 조치가 시행돼 공급이 급감할 우려도 크다. 러시아가 원유를 주로 수출하는 중국, 인도 등은 이미 디젤유 순수출국으로 EU가 아니면 다른 곳으로 디젤유 수출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유국들의 원유 증산 가능성도 크지 않다. OPEC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UAE) 등 주요 회원국은 대체로 목표량 만큼 생산하고 있으나 여타 회원국은 생산량이 목표치에 미달하고 있다.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 비핵심 회원국의 생산 능력은 정치적 불안, 주요 에너지 기업의 투자 감소로 인해 정체되고 있다. 환경 규제 강화, 투자 규율 강조, 생산비용 증가 등으로 미국 셰일업계도 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요도 둔화되고 있긴 하지만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완화 조치로 수요가 증가할 변수가 남아 있다. 한은은 “주요국 통화긴축 지속, 중국 경기부진 등으로 전 세계 석유수요 증가세는 올 하반기 이후 상당폭 둔화됐으며 내년에도 수요 둔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여행수요가 회복되면서 글로벌 항공 좌석 수가 작년 1750만석에서 올해 3140만석으로 늘어나는 등 항공유 등 관련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차량 연료 소비는 증가세가 둔화되고 산업용 수요 부진으로 휘발유, 경유 등의 수요 증가세도 둔화 흐름이다. 라니냐 등으로 북반구 기온이 평년 수준을 웃도는 것도 동절기 난방 수요 급증에 대한 우려를 줄였다.
그러나 중국이 최근 방역조치를 완화하면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초기 혼란을 극복하고 펜데믹 이전으로 경제활동이 빠르게 회복될 경우 유가는 상방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년 중국 석유수요는 올해보다 약 일일 8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방역 완화 과정이 얼마나 순탄하게 이뤄질 것인가에 달려 있다. 방역 완화 과정에서 감염자가 급증할 경우 노동력 감소로 인해 향후 수개월 간 경제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은 “주요 원유시장 수급 요인 중에는 러시아의 가격상한제 대응 등 지정학적 요인과 중국내 방역조치 완화 및 감염병 재확산 양상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많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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