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사재기 열풍···가격도 급등
전문가 "민간요법 큰 효능 없어"
코로나19가 확산한 중국에서 치료 효과가 있다는 소문에 복숭아(황도) 통조림에 이어 레몬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중국 홍성신문과 미국 NBC 방송 등에 따르면 중국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레몬 품절 공지가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허마의 청두지점은 지난 17일 “노란색과 녹색 레몬 모두 매진됐다”고 안내했고, 베이징지점도 “선물용 고가품만 일부 남았다”며 레몬 품절을 안내했다. 온라인 신선식품 업체 딩둥마이차이는 “청두 여러 지역과 상하이 일부 지역 레몬이 모두 팔려 입하를 기다리고 있다”며 “물량 확보가 어려워 2~3일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솽위 농산물 도매시장의 과일 판매상 뤼광 씨는 “최근 레몬 구매자들이 부쩍 늘었다”며 “얼마 남지 않은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홍성신문에 전했다.
레몬 가격도 덩달아 뛰는 추세다. 뤼광씨는 “㎏당 2.5위안(약 470원)이었던 것이 며칠 새 4~5위안으로 2배로 올랐다”고 말했다. 쓰촨성 안웨에서 레몬 농사를 하는 류훙궈씨도 “하루 출하량이 10배 이상 늘어 2만㎏에 달하고, 가격도 50% 올랐다”고 전했다.
레몬 열풍은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의약품 부족 현상이 발생한 이유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NBC는 현재 중국 내 약국에서 감기와 독감 약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NBC는 “중국은 지금껏 대규모 확산을 피해왔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 대유행의 부산물로 얻은 면역력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벤 코울링(Ben Cowling) 홍콩대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두가 감염되는 것뿐이기에 중국인 대다수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감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레몬에 함유된 전해질 등이 코로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잘못된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홍성신문에 따르면 현지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치료 요법으로 ‘전해질이 함유된 물을 많이 마시라’고 권고했다. 여기에 닝광 상하이 교통대 의과대학 부속 루이진병원 원장이 주변에 “무증상 코로나19 감염자나 코가 막힌 사람은 신선한 레몬을 잘라 물에 타서 먹으라”고 조언한 사실까지 퍼졌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 “물에 레몬과 소금, 설탕을 넣어 혼합하면 전해질이 풍부한 물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가 확산돼 레몬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이 외에 감귤·배·코코넛·오렌지 등 과일과 생강 판매도 덩달아 늘었다.
앞서 황도 통조림의 판매량이 급증한 현상도 같은 맥락에서다. 온라인 전자 상거래 플랫폼인 징둥의 모니터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4일 징둥 간편식품 상위 5개 품목에 모두 황도 통조림 제품이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서는 황도 통조림이 트렌드 순위 8위에 자리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현지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속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의학적으로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민간의 속설들”이라며 “해열제 등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을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구중이 베이징 영양사협회 이사도 “이런 방법으로는 코로나19를 치료할 정도로 충분한 전해질 음료를 만들 수 없다”며 “큰 효능이 있는 것처럼 맹신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정미경 인턴기자 mic.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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