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산 스윙 대표 인터뷰
내년 초 스윙앱에 킥보드 구매하기 기능 추가
블록체인 기술로 킥보드 소유권 분산
운영 데이터 위변조 불가…자산으로 가치평가 가능해져
"소유권 분산 모델, 공유 자동차사업으로 확대할 것"
김형산 스윙 대표는 최근 역삼동 본사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1~2월 중에 스윙 앱에 ‘킥보드 구매하기’ 기능을 넣을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9년 창업한 스윙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공유 모빌리티 스타트업이다. 운영 중인 전동 킥보드 수는 약 8만 대로 국내 최대 규모다. 지난 9월 말 기준 누적 가입자는 190만 명, 월간이용자수(MAU)는 70만 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0%, 75% 급성장한 수치다.
김형산 스윙 대표(사진=스윙 제공) |
스윙은 내년부터 ‘킥보드 구매하기’ 기능을 통해 기기 소유권을 다수에게 분산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여러 사람이 기기 소유주가 되는 구조를 만들면, 스윙은 기기 매입에 필요한 자금 조달 부담을 줄이면서 사업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40개 가맹점이 평균 500대의 기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기기 대부분을 스윙이 직접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최소 100대의 키보드를 사야 가맹사업이 가능하지만, 이제는 킥보드 한 대만 있어도 자기 킥보드에서 발생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게 된다. 가격은 기기 원가와 지역별 매출을 감안해 100만 원 안팎이 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난 2년간 지역별 대당 매출을 기준으로 가격을 차등하고, 구매자가 킥보드를 배치할 지역을 선택하게 할 것”이라며 “예컨대 장사가 잘 안되는 지역에 기기를 두면 원가보다 저렴하게, 장사가 잘되면 좀 더 비싸게 사는 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윙은 킥보드 소유권을 분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 김 대표는 “구매자는 자신의 킥보드에서 발생한 수익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킥보드를 자산으로 보고 투자할 것”이라며 “위변조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킥보드 운영에 관련된 데이터를 모두 기록해, 자산 가치를 평가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계약 체결·운영·정산 등 가맹점 관리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아 최소 구매 대수를 100대 이하로 낮추지 못했는데, 블록체인으로 상호 신뢰가 확보된 상태에서 ‘스마트컨트랙트(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는 기능)’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관리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었다”며 “덕분에 최소 구매 대수를 한 대까지 낮출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스윙은 킥보드, 자전거, 스쿠터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를 넘어 자동차 공유까지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때가 되면 소유권 분산 전략이 더욱 빛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김 대표는 “자동차는 대당 가격 단위가 커서 스윙이 직접 모든 자산을 매입 방식으로는 확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킥보드 사업을 통해 소유권 분산 모델을 성공시키고 자동차 등 다른 모빌리티 사업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스윙앱에서 킥보드 구매 기능이 생긴다고.
△앱에서 ‘킥보드 사기’ 버튼을 눌러 킥보드를 구매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용자가 더 많은 지역에 킥보드를 두는 게 수익 측면에서 이득기 때문에, 구매 시 배치할 장소를 정하게 하고 가격에 차등을 둘 계획이다. 기기 가격이 기본 100만 원이라면 장사가 덜 되는 곳을 선택할 경우 80만 원에 살 수 있고, 장사가 잘 되는 곳을 선택하면 120만원에 사는 식이다. 지난 2년간 해당 지역의 매출 정보를 제공해, 선택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목표는 내년 1월~2월 사이에 오픈이다.
-시장 반응은 어떨 것으로 예상하나.
△일단 100만원 내외를 주고 킥보드를 사는 게 좀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킥보드 한 대를 사면 쿠폰을 주려고 한다. 소유주는 당연히 자기 킥보드를 공짜로 타야하는데, 소유주 근처에 자기 킥보드가 없을 가능성이 크니까 쿠폰을 줘서 가까운 데 있는 걸 탈 수 있게 해주는 거다. 한 달에 몇 만원 상당의 쿠폰을 주니까, 이 것만으로 본전은 뽑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킥보드를 사면 배터리 교체 같은 운영도 직접해야 하나.
△직접 운영도 할 수 있고, 운영을 스윙에 위탁할 수도 있다. 배터리 교체, 고장 수리, 기기 이동 등이 포함된다. 소유주와 기기가 1대 1로 매칭돼 있는 구조기 때문에 기기를 이동시키길 원하면 실제 해당 장비를 옮겨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약간 무식하게 운영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킥보드 구매하기는 킥보드 프랜차이즈(가맹) 사업의 확장판이라고 봐도 되나.
△가맹점 방식으로 운영을 해보니까, 효율이 좋다는 걸 알게 됐다. 본사가 앱 개발, 고객센터, 보험 등 브랜드와 관련된 일을 맡고, 가맹은 기기를 사서 운영만 하면 된다. 그런데 평균 500대, 최소 100대의 킥보드를 사지 않으면 가맹을 주기 어렵다. 가맹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공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40분 정도만 스윙 가맹을 하고 있다. 수익은 좋은 편이다. 500대 정도 운영하면 매출이 1년에 5억 정도 나온다. 꽤 괜찮은 개인사업자다. 우리 목표는 블록체인으로 한 대만 사도 스윙에서 수익을 낼 수 있게 하는 거다.
-블록체인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건가.
△그동안 가맹이 최소 100대의 킥보드를 구매해야 했던 이유는, 스윙이 가맹 하나하나를 관리하는 데 공수가 많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가맹은 시스템에 기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익을 정산 받고, 그 중 일부는 스윙에 수수료로 줘야한다. 이 과정이 복잡한 계약 사항으로 정의돼 있고, 정산이 맞았는지 데이터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도 많다.
한 사람이 한 대를 소유하는 경우 수 많은 개별 계약이 생겨나고 이를 관리하는 건 블록체인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봤다. 블록체인을 쓰면 ‘이런 경우에 어떻게 정산한다’는 등의 계약 사항을 다 스마트컨트랙트에 넣어 자동 실행되게 할 수 있고, 데이터가 생성된 순간 바로 위변조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저장되기 때문에 데이터를 못믿을 일도 없다.
킥보드의 자산 가치를 평가하는 핵심은 데이터다. 킥보드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떤 관리가 이뤄졌고, 오늘 몇 번 대여가 됐는지 이런 기록이 명확해야 한다. 블록체인을 안 써도 이런 데이터를 보여줄 수 있지만, 그건 그냥 우리가 보여주는 데이터를 믿으라고 하는 것 밖에 안 된다. 위변조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킥보드 데이터를 저장하면, 킥보드가 명확하게 가치 평가 가능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킥보드 소유권을 분산하려는 이유는 뭔가.
△우리는 킥보드 회사가 아니라 모빌리티 회사이다. 킥보드뿐 아니라 자전거, 스쿠터도 운영하고 있고 곧 자동차까지 영역을 확대할 것이다. 미래 모빌리티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우리 혼자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예컨대 자동차는 대당 가격이 수천만원씩 하는데, 스윙이 혼자 투자 받고 대출 받아서 자산을 사고 사업을 하긴 어렵다. 소유권을 분산하는 방식이 더 빠르게 운영 대수를 늘리고 사업을 확장하는 모델이 될 것이다. 킥보드는 이런 모델을 처음 시작하기에 너무 좋은 대상이다. 구매가격이 100만원이면 너무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고, 킥보드는 이용률도 높아서 투자 비용 회수도 용이하다.
-토큰 개념을 도입해서 조각 투자 형태로 운영할 수는 없나.
△지금은 소유주가 한 대를 온전히 구입하게 해놨다. 일부를 소유하는 개념이 들어가면 규제 이슈가 생길 수 있다. 아직 사람들이 얼마나 호응해줄지 알 수 없는데, 규제 개선에 시작부터 힘을 뺄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일단 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데이터 가지고 규제 당국을 설득하는 게 순서라고 본다.
자체 토큰 발행(ICO) 계획은 없다. 단, 스윙 생태계에서만 쓸 수 있는 포인트 같은 것은 언젠가 필요해질 것으로 본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스윙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일단 소유주를 바꾸고, 그다음에 운영주도 앱을 통해 모집하려고 한다. 기기를 살 자본은 없지만 운영은 하고 싶은 사람들은 운영주가 되면된다. 스윙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나중에는 스윙 생태계에 조금이라도 기여를 한 사람들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단계로 발전시키고 싶다. 예컨대 길가다가 넘어져 있는 기기를 세우면 포인트로 보상을 주는 거다. 더 나아가 조각 투자 개념까지 도입되면 1억짜리 슈퍼카에 100만 원만 투자하는 일도 가능해질 수 있다. 한달에 2시간씩 탈 수 있는 쿠폰을 받고, 차량 공유에 대한 매출도 투자금 대비해서 얻을 수 있는 식이다.
[웹3가 온다] ‘내 데이터로 왜 플랫폼만 돈을 벌까’ 한 번쯤 이런 생각해보셨나요? 이런 플랫폼 중심의 인터넷에 대한 반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용자 개개인에 권한이 분산되는 인터넷 환경 ‘웹3’를 만들자는 움직임입니다. 웹3는 아직 흐릿한 형체만 있습니다.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죠. 그래서 더 궁금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어떻게 웹3를 구현할지, 어떤 서비스들이 나올지 말이죠. 이런 궁금증을 풀어 줄 전문가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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