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인사이드] 송삼섭 원장
송삼섭 에이스 아카데미 원장(왼쪽)이 스릭슨 투어(KPGA 2부 투어) 이강민 선수를 가르치고 있다. 그의 오른손은 의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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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서야 지난번에 학교 시험에서 5등 했으니까 이번엔 3등 안에 들어 보자. 공부 잘해야 골프도 잘하는 거야.”
지난 6일 경남 진해의 한 골프연습장. 한적한 4층에서 송삼섭(62) 에이스 아카데미 원장이 초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송 원장은 오른팔이 없는 장애인이다. 중학교 때 옥상 청소를 하다 고압선을 건드려 팔을 잘랐고 발가락도 4개뿐이다. 14년 전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장애인이 된 후, 또 성인이 된 후 골프를 배운 아마추어인 ‘외팔이 선생님’이 일본 투어 신인왕이자 뛰어난 선수를 배출하는 게 신기해서였다. 당시 그의 이미지는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의 외팔이 타자 최관이었다. 눈매가 날카로운 완벽주의자였고, 사무실 옆에 야구 방망이가 있었으며, 학생들이 “선생님 별명은 ‘저승사자’”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전엔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최관 이미지
지난 2008년 3월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송 원장. 그의 이미지를 닮은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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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미지는 달라졌다. 언뜻언뜻 봄 같은 미소가 보였다. 송 원장은 “그때는 성적의 노예였다. 아이가 잘하면 기분이 좋았지만 잘 안 되는 아이도 있었으니 항상 괴로웠다”고 술회했다.
올해 KPGA 신인왕 배용준과 대상 및 상금왕 김영수 등이 그에게 배웠다. 이강민은 “저승사자는커녕 오히려 천사 같은 이미지다. 저를 더 믿어주셔서 친아버지 이상으로 제가 잘되기를 바라는 분이시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왜 그는 달라졌을까. 시대의 변화에 따라간 부분도 있었을 테지만 저승사자는 그동안 도를 터득한 듯했다.
송 원장은 “처음에는 스윙에 답이 있는 줄 알았다. 그걸 찾아다녔다. 지금은 답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골프는 끝이 없고 평생 해도 안 된다. 그러다 골프라는 것도 과정이 중요하며 결국 골프도 행복하기 위해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에겐 ‘답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언젠가는 될 것’이라고 가르친다. 답을 찾는 과정을 가르친다”고 했다.
예전엔 ‘즐긴다’는 의미를 몰랐다고 한다. 송 원장은 “즐긴다는 건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성공이 아니라 행복을 가르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술 먹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 술을 끊었다. 담배는 하루 두세 갑 피웠는데, 아이들에게 게임 그만하라고 하면서 나도 담배를 끊었다”고 했다.
술·담배·친구·종교도 끊고 아이들에게 집중
친구를 끊었다. 송 원장은 “계속 공부해야 하는데 약속이 있으면 그러지 못하겠더라.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안은 못 만나겠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은 외톨이”라고 말했다.
속세를 떠난 것 같다. 아니다. 그는 한 단계 더하다. 종교도 끊었다. “스님을 찾아뵙고 고민도 이야기하고 했는데 좀 더 집중하고 싶어 절에도 안 간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다 주는 게 선생님의 도리”라고 했다.
그의 철칙은 부모가 아이에게 화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혼내도 내가 혼낼 테니 부모는 제발 그러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선생님인 나와는 척져도 되지만 평생 함께할 부모는 그러면 안 된다. 아이들은 자기편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데 부모가 해야 한다”고 했다.
공부를 강조한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그의 제자들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송 원장은 “골프로 성공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잘못 생각했다는 걸 알았다. 학교를 안 다니고 공만 치면 조금 빨리 갈 수 있지만, 토끼와 거북이처럼 결국 비슷한 곳에서 만나게 돼 있다. 공부하면서 생각의 깊이를 가진 아이들이 커서도 문제 해결 능력이 좋고, 혹 선수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쪽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레슨비도 없어 막다른 곳에서 절망하는 선수를 가르치고 싶다. 25년 동안 골프를 통해 받은 혜택이 많다. 봉사로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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