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금감원 징계 처분 근거 없어” 무죄 판결
손 회장 명예회복…라임 사태에 대한 소송 명분도
“모피아 낙하산 분위기 속 연임 용단은 지켜봐야”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뜨거운 감자’될 전망
금융권에선 이번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손 회장 본인의 명예 회복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금감원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 관련 손 회장에게 내렸던 문책 경고에 대해 행정소송에 나설 수 있는 명분도 생겼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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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문책 경고 징계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지난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 금리를 기초 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2020년 1월 우리은행의 DLF 불완전 판매를 사실로 인정하고 경영진이 관련 내부 규정을 부실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손 회장(당시 우리은행장)에게 문책 경고를 내렸다.
금감원은 손 회장의 징계 근거로 △상품선정위원회 생략 여부 △리스크 관리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및 시스템 미비 △투자자 권유 사유 정비 미비 △점검 체계 기준 미비 등 총 5가지를 들었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그러나 1·2심은 모두 손 회장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재 사유 5건 중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및 시스템 미비’를 제외한 4건을 무효로 보고 “적법한 것으로 인정되는 1가지 사유 한도에서 상응하는 제재를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현행법상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아닌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도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준이 미흡하긴 하지만, 통제기준 자체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유로 제재는 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 손 회장의 승소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의 쟁점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였던 만큼 향후 금융권의 내부통제 제도개선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법치와 죄형법정주의 체제에서 ‘실효성’을 두고 제재를 가한 것부터가 당국의 지나친 법 적용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기관 규제와 관련해 역사적으로 유독 관치금융 등 과도한 규제 문제가 계속해 제기됐다는 점을 근거로 실효적인 자율적 내부통제수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령이 불확정개념을 사용하거나 추상적, 축약적 개념만을 사용해 내부통제기준에 포함될 사항을 정한 경우, 이행 여부를 제대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일단 금융당국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향후 내부 통제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향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 통제 관련 제재 안건 처리 및 제도 개선 등에 참고 및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도 입장문을 통해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대법원 판결로 ‘금융사 지배구조 감독 규정’상 내부통제기준 설정·운영기준의 규범력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이번 상고의 실익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대법원 판결 내용을 잣대로 금융위 등 관계기관과 함께 내부통제의 실효성 제고 방안 마련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금융 이사회는 16일 회의를 열고 내년도 경영 계획을 수립한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손 회장은 DLF 중징계의 법적리스크는 해소했지만,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불완전판매로 문책경고를 받은 뒤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총회 직전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금융권 수장들이 연이어 교체되는 ‘모피아 낙하산’ 분위기 속에서 연임에 대한 용단을 내릴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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