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산업부, 11월 수출 부진 원인의 하나로 '화물연대 파업' 지목
수출액 통계에 잡히는 건 수출품 운송 이전 단계인 '수출신고 수리'
수출업체 "파업 때문에 신고 늦추진 않아"…과거 화물연대 파업사례 봐도 연관성 불명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으로 무역수지가 적자 행진을 지속하면서 적자 폭이 역대 최대로 커진 데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마저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초 11월 수출입 통계가 공개된 직후 "화물연대(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 운송거부 영향까지 반영되면서 11월 수출은 전년 대비 14% 감소했고 11월 무역수지는 70억1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화물연대 운송거부까지 작용하며 11월 수출이 전월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며 같은 진단을 내놨다.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로 인한 세계경기 둔화도 함께 지목됐는데 그에 못지않게 화물연대의 파업(집단 운송거부)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말로 들린다. 전달인 10월 수출액 감소율은 5.7%였다.
무역 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정책 수립을 위해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데, 실제로 화물연대의 파업이 11월 수출 부진에 영향을 끼쳤을까? 화물연대 파업이 수출에 미친 영향을 따지려면 수출통관 절차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물연대 파업 종료, 도로 위 늘어나는 컨테이너 차량 |
관세청 고시인 '수출통관 사무처리에 관한 고시'를 보면 수출업자는 수출에 앞서 관할 세관장에게 수출신고를 해야 한다. 이때 수출신고서와 송품장 등 관련 서류는 전자문서 형태로 제출할 수 있다.
이후 세관 심사를 거쳐 수출신고가 수리되면 수출물품을 항구나 공항 등으로 운송해 선박이나 항공기에 선적한다. 이때 수출품은 신고가 수리된 날부터 30일 이내 선적해야 한다. 다만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수출통관 과정에서 수출액 집계는 언제 이뤄질까? 관세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무역통계 작성기준 및 방법'을 보면 수출입 물품이 무역통계에 계상되는 기준 시점은 '수출입신고가 세관에서 수리된 때'라는 걸 알 수 있다.
즉, 수출품이 수출액 통계로 잡히는 건 항구나 공항에 이송되거나 배나 항공기에 선적된 뒤가 아니라 세관이 수출신고를 승인했을 때다. 이는 물품 운송을 시작하기 전이다.
따라서 수출신고가 수리돼 수출액 통계에 포함되고 나면 이후 운송·선적이 지연되더라도 수출액 통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만약 수출신고 수리는 11월 말에 됐는데 실제 물품 선적은 12월에 이뤄졌더라도 11월 수출액 통계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관세청도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수출입신고 자료는 관세청 전산망에 저장된 뒤 수출입 통계로 작성되는데, 관세청은 이런 통계치를 매월 1일(전월 실적), 11일(1∼10일 실적), 21일(1∼20일 실적) 세 차례 공개하고, 산업부도 매월 1일 관세청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한 전월의 수출입 통계를 발표한다.
◇ 무역통계 작성기준 및 방법
신고절차 및 발표 시기 | 수출입신고 자료는 관세청의 주 컴퓨터에 저장되며 매달 배치시스템으로 이동되며, 배치시스템은 매월 다양한 통계생산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자료의 정확성 여부가 확인되면 익월 중순 이후에 월간자료를 국민들에게 발표한다. 연간 자료는 50일 이후에 발표한다. |
계상시점 | 수출입신고가 세관에서 수리된 때에 수출입물품이 무역통계에 계상된다. |
오류수정 | 입력된 자료의 오류체크는 HSK별 평균단가를 활용하여 체크한다. 이 방법에 의하여 오류 예상 자료를 추출·확인하여 오류로 판명된 자료는 오류수정 시스템을 통하여 월별/연도별 통계가 발표되기 전에 수정한다. |
(※자료=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홈페이지 발췌)
우리나라 수출액은 지난해 6천444억달러로 2018년 세운 최고 기록(6천49억달러)을 경신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1월 15.5%(이하 전년 동월 대비), 2월 21.1% 3월 18.8%, 4월 12.9%, 5월 21.4%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지속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수출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면서 6월 5.3%, 7월 8.7%, 8월 6.6%, 9월 2.3%로 성장률이 떨어지더니 4분기 들어선 10월 -5.7%, 11월 -14.0%로 2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4개월 연속 줄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화물연대 파업은 11월 24일부터 12월 9일까지 16일간 지속됐다. 파업이 시작된 직후부터 주요 수출항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급감하고 시멘트, 철강 등 제품 출하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보도가 잇달았다. 실제로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운송 차질로 수출품 납기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은 수출업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수출통관 절차와 무역통계 작성 방식을 고려하면 11월 수출액 감소에 화물연대 파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11월 중 화물연대 파업 기간은 24∼30일로 7일, 조업일수로는 5일이다. 이 기간 수출품 운송이 지연됐을 가능성은 크지만, 수출액 집계는 수출품 운송이 시작되기 전인 수출신고 수리 단계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제 수출업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들이 어렵사리 따낸 수출 주문을 운송 차질 우려 때문에 미리 포기하거나 준비된 제품의 수출신고를 미뤘을 개연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물품 선적은 수출신고 후 한 달 이내에만 하면 된다.
수출통관 절차 |
중장비 기계를 수출하는 K사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출신고 후 선적까지는 통상 1주일 정도 걸리는데 화물연대 파업 때문에 제품 선적이 늦어져 납기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운송 차질 우려 때문에 스케줄에 따른 수출통관 절차를 늦추거나 할 수는 없다"며 "납기가 중요하고 파업이 언제든 풀릴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럴수록 수출신고 등 통관 준비는 착실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섬유·의류 수출업체인 M사 임원은 "(우리는) 해외 공장이 많아 화물연대 파업 영향이 크진 않았지만 국내 운송 비중이 큰 다른 수출업체들은 파업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운송 차질 때문에 수출을 포기하거나 늦추지는 않겠지만, 납기를 지키기 어려우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거나 계약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간판 수출품목인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는 워낙 경박단소(輕薄短小)한 제품이어서 운송에 큰 대형 화물차량이 필요하지 않아 파업으로 인한 수출 영향은 없다"고 전했다.
관세청은 지난달 29일 화물연대 파업으로 부산항(북항+신항) 기준 컨테이너 반·출입이 43% 감소했다며 조업일 기준 사흘(24·25·28일)간의 일평균 수출신고 건수(2천646건)가 올해 1∼10월 일평균(4천74건)보다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관세청은 당시 수출신고 감소의 원인을 화물연대 파업으로 볼 수 있느냐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연관성을 분석해서 공표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화물연대 파업과 수출신고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고 확인할 데이터도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전체 수출통관 업무에서 부산세관의 비중은 5% 정도다.
[그래픽] 수출입 실적 |
수출액 통계의 흐름을 살펴봐도 화물연대 파업과 수출 실적을 직접 연결 짓긴 쉽지 않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월 1∼20일의 수출액은 332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7% 감소했지만, 11월 한 달 전체(519억달러)로 보면 14.0% 감소에 그쳐, 화물연대 파업 기간(24∼30일)을 포함했을 때 감소 폭이 오히려 줄었다.
과거 화물연대 파업 사례를 봐도 뚜렷한 인과관계는 눈에 띄지 않는다. 과거 화물연대 파업은 3∼16일 정도 지속했는데, 파업이 발생한 달의 수출액 추이를 보면 첫 파업 때인 2003년 5월(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 3.5%)과 8월(10.1%)은 수출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다른 달보다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08년 6월(16.4%)은 다른 달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2009년 6월(-13.6%)은 수출 감소 폭이 오히려 줄었다. 2012년 6월(0.9%)과 2016년 10월(-3.2%)은 다른 달보다 양호했으며, 2021년 11월(31.9%)은 수출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정리해 보면 경제의 혈류인 물류를 담당하는 화물연대의 파업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운송 차질과 선적 지연으로 납기일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한 수출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도 사실이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엔 영향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산업부가 언급한 지난달(11월) 수출만을 놓고 봤을 때, 수출신고 수리를 기준으로 삼는 수출액 집계 방식과 제한적이었던 화물연대 파업의 영향(조업일 기준 5일), 이미 6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수출 부진 흐름 등을 고려하면 수출액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화물연대 파업을 꼽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해당(파업) 기간 화물 반출입량이 급감하는 등 수출 저조 현상이 드러났기 때문에 파업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기술한 것"이라며 "수출 감소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화물연대 파업만을 수출 감소의 원인으로 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픽] 화물연대 파업 소요 기간 |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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