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요약
러 에너지 수출 대체 노르웨이, 러 간첩 혐의자 여럿 재판 중
북극해 흰돌고래, 러 스파이 돌고래로 보는 지나친 경계심도
북극해 흰돌고래, 러 스파이 돌고래로 보는 지나친 경계심도
[트롬소=AP/뉴시스]안니켄 휘트펠트 노루웨이 외교장관(왼쪽)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노르웨이 지난해 10월 25일 노르웨이 북극 도시 트롬소에서 회담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로 트롬소에서 러시아 고정간첩이 여러 명 적발됐다. 2021.1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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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노르웨이 북극 지역에 있는 트롬소 대학의 평화연구센터에서 일하는 브라질 국적의 호세 히암마리아가 지난 10월24일 노르웨이 보안경찰에 체포됐다. 본명이 미하일 미쿠신이라는 러시아인이지만 신분을 위장해 스파이활동을 해온 것으로 발표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르웨이 곳곳과 유럽 각국에서 러시아 스파이에 대한 우려가 크게 확산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심해지면서 유럽 각국에서 스파이 활동을 늘려 사보타지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미쿠신은 최근 유럽에서 체포된 장기 고정간첩 3명 중 1명이다. 지난 6월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 인턴으로 있던 브라질 국적자가 체포됐고 지난달에는 스웨덴에서 러시아인 부부가 체포됐다.
그밖에도 각종 의심 사례들이 유럽 전역에서 적발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훈련을 받는 군 기지를 염탐하는 드론이 적발됐다. 프랑스의 해저 케이블 파손도 러시아 스파이 소행일 가능성이 우려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며칠 전 벨기에와 독일에서 발생한 석유파이프라인 해킹도 러시아 소행일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모든 사례가 러시아 소행임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과도한 경계심이 작동한 때문일 수도 있다. 러시아는 노르웨이에서 최근 드론을 날리는 러시아인들이 잇달아 체포된 것을 두고 “히스테리”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노르웨이가 민감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서방의 러시아 연료 수입이 전면 중단된 상태에서 노르웨이는 최대 석유 및 천연가스 공급국이다. 북극해 바닥에는 런던 및 미국과 연결된 해저 인터넷 케이블이 깔려 있다. 지난 9월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발트해 해저의 노르트라인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폭파된 사건이 경각심을 한층 강화시켰다.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 스파이들이 대거 축출되면서 러시아가 고정간첩에 더 의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패를 거듭하기에 우려가 한층 커진다.
지난 9월 노르웨이 북해의 석유 채굴시설 상공을 군사용 드론이 비행하는 것이 목격된 것도 불안감을 키웠다. 이후 석유 및 천연가스 시설과 발전 시설 상공에서 드론 목격이 잦아졌다. 10월에는 노르웨이 최대 해군기지가 있는 베르겐의 공항에 드론이 나타나면서 2시간 동안 공항이 폐쇄되기도 했다.
노르웨이는 연초에 발생한 사건들도 다시 살펴보고 있다. 1월에 서방 위성 영상을 전송하는 해저 케이블이 파손됐고 트롬소 인근 군사 기지 여러 곳의 저수고가 파손됐다. 이 사건들이 사고가 아니라 러시아 스파이의 사보타지라면 큰 문제가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노르웨이 국민들이 드론을 목격하거나 수상한 외국인들을 보면 신고하는 일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민감해졌다는 문제 제기도 일부 나온다.
트롬소 지방 법원에서 최근 열린 드론을 날린 러시아인들 재판이 대표적 사례다. 두 사람은 입증하기 힘든 스파이 혐의로 기소되지 않고 러시아가 비행기를 운항할 수 없도록 한 유럽 제재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취미로 드론을 날리는 러시아인들까지 이 제재를 적용한 것이다.
지난 10월 드론을 날린 러시아인 7명이 체포돼 이중 4명이 기소됐고 2명이 유죄판결을 받아 90~120일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체포된 사람 중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블라디미르 야쿠닌의 아들 안드레이 야쿠닌도 있었다.
영국에 살면서 영국 국적을 가진 야쿠닌은 자신의 요트 파이어버드를 타고 있다가 노르웨이 당국의 검문에 걸려 여가활동을 촬영하느라 사용한 드론이 적발됐다. 검찰이 그에게 120일 징역형을 구형했다. 야쿠닌은 지난 3일 재판이 끝난 뒤 “007 영화 전편을 소장하고 있지만 난 스파이가 아니다”라고 농담했다.
트롬소 법정에서 러시아 엔지니어인 엘렉세이 레즈니첸코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사건을 경범죄로 취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트롬소 공항 외곽의 울타리와 주차장을 촬영하다가 체포됐다.
그를 신고한 공항 관제사 이바르 헬싱 슈뢴은 “신경이 쓰인다. 뭔가 이상하다”고 했다.
법정에서 레즈니첸코는 자신이 없으면 가족들이 굶게 된다고 호소했다.
그가 촬영한 사진에는 키르케네스 공항 인근에서 촬영한 군용 헬리콥터 사진도 있었다. 그는 항공기와 공항 촬영이 오래도록 즐겨온 취미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항과 항공기 촬영은 불법이다.
노르웨이 검찰과 변호인 모두 이런 사안들을 재판에 회부하는 것이 노르웨이의 민주주의 가치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미슈킨 사건을 두고 안보 전문가들과 학자들이 외국 연구자들을 어느 정도까지 감시해야 하는 지를 두고 논란을 벌인다. 자칫 중요한 연구를 해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야쿠닌 사건 등을 담당한 변호사들은 러시아인을 국적을 이유로 제재하는 건 차별적이며 인권침해라고 주장해왔다.
야쿠닌과 레즈니첸코를 담당한 판사들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이 항소했다. 야쿠닌은 1월 재판에 다시 출두해야 한다.
레즈니첸코 변호사 올라 라르센은 노르웨이 보안 경찰이 “정치를 하고 있다. 러시아에 경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라를 침공하기 전에도 노르웨이 북극 지방의 안보는 문제가 돼 왔다. 냉전시대부터 스파이 사건이 여러 번 발생했다.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2019년 노르웨이 어부가 북극해에서 발견한 흰돌고래를 두고 러시아 군대에서 탈출한 “스파이 고래”로 보는 시각이 팽배했다. 노르웨이 언론들이 이 돌고래를 블라디미르(푸틴의 이름)와 고래를 합성한 “흐발디미르”로 명명했었다.
그러나 공항관제사 슈뢴은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신고로 레즈니코프가 재판을 받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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