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공공운수노조는 화물연대 파업 종료 이튿날인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안전운임제 사수’를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당면한 안전운임제 일몰을 반드시 막아내고, 전 품목과 차종으로 제도를 확대하는 투쟁으로 이어가겠다”며 “노조파괴 공안탄압 윤석열 정부 심판 투쟁으로 더 확대하겠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로 대규모 경제 피해가 발생한 만큼 앞서 당정이 제안한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 3년 연장도 무효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안에 대한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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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는 거리에 따른 화물차주의 최소 운임을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화주 등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돼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올해 말로 사라질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교통위원회에서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지만, 여야 입장차가 커 연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제단체들은 그동안 안전운임제를 예정대로 일몰하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해왔다.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에도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크지 않았던 만큼 ‘안전’이란 단어를 삭제하고, 권고적 성격에 가까운 표준운임제로 전환하자는 것이 주된 요구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자유시장경제에 부합하지 않는 안전운임제는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맞는다”며 “새로운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를 유지하더라도 품목 확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안전운임 적용 품목은 정형화가 쉬운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2가지다. 화물연대는 올해 두 차례 파업을 진행하면서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등으로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와 여당은 “품목 확대는 없다”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화주들도 카캐리어 차주들의 소득 수준이 높고, 철강재와 같은 품목은 정형화하기 어렵다는 점들을 들어 절대 불가를 외쳐왔다.
화물연대가 ‘사각지대 품목’으로 꼽는 환적 컨테이너와 시멘트 원료를 두고도 줄다리기가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환적 컨테이너는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매년 요금이 고시됐으나, 13개 국적선사가 국토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이기면서 지난 6월 30일부터 고시에서 빠진 상태다.
선사들은 선박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기는 환적 컨테이너는 이동 거리가 짧고 항만 내에서 과속도 불가능해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일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화물연대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안전운임을 정하는 안전운임위원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안전운임위는 공익위원 4명에 차주 3명·운송사 3명·화주 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차주와 운송사가 사실상 안전운임 인상에 대한 입장이 같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게 화주들의 주장이었다.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운임이 20~40% 오른 배경으로 꼽기도 했다.
이밖에 설문조사 기반의 안전운임 책정 방식, 안전운송 운임과 안전위탁 운임으로 나뉜 운임 체계 단순화, 대형 화물차에 의무 부착된 디지털운행기록계 데이터 제출 의무화 등도 화주들과 차주들의 견해차가 큰 사안들이다.
물류업계에선 연례행사가 된 파업 문제까지 함께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육상 운송사 관계자는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에 오히려 태업이나 운송 방해 사례가 더 늘어났다. 서비스는 나빠졌는데 가격은 오른 것”이라며 “국회에서 이번 기회에 운송거부에 따른 처벌 수준 등도 함께 논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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