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보고 문건’ 원본 확보 차원
검찰, 박지원 이번주 소환조사 예정
서욱 전 국방부장관 기소도 남아
‘월북 판단과 모순’ 첩보 삭제 정황 수사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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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기소한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첩보 삭제’ 혐의를 받는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최근 대통령기록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9일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서 전 실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영장심사를 받을 때 반박자료로 제시했던 ‘대통령 보고 문건’ 출처를 확인 중이다. 서 전 실장 측은 지난 2일 열린 영장심사에서 문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보고한 문건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으로, 북한군이 이씨를 구조하려는 정황도 일부 담겼다. 서 전 실장 측은 이씨의 월북 판단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취지로 문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문건 원본 내용을 확인하고, 대통령기록물이 외부에 나가게 된 정황도 파악할 계획이다. 다만 서 전 실장 측은 “문건은 내부 보고 과정에서 입수한 사본으로, 위법하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이씨의 친형 이래진 씨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해양경찰청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지만, 정부는 대통령기록물 지정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래진 씨가 공개를 청구한 정보 중에는 북한군 감청녹음 파일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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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아직 서욱 전 국방부장관을 기소하지 않았다. 서 전 실장 혐의에 서 전 장관이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서 전 장관의 경우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된 만큼 기소 시한이 촉박한 상황은 아니다. 서 전 장관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혐의와 내용이 겹친다.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23일 숨진 이대준 씨가 자진월북했다는 판단과 배치되는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 내 군 첩보 관련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국가정보원도 국방부와 같은 날 새벽 첩보 보고서 46건을 무단으로 삭제했는데, 박 전 원장도 이를 지시한 혐의로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됐다.
검찰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르면 이번주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박 전 원장은 수차례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 서버에서 자료를 삭제해도 첩보 생산처(국방부) 서버의 원본은 남는다”며 삭제 지시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다”며 서 전 실장에 대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서 전 실장은 지난 3일 구속됐다. 1차 구속기한은 열흘이고, 한차례 연장할 경우 최장 20일까지 구속수사가 가능했지만 수사팀은 일주일만에 서 전 실장을 재판에 넘겼다. 반면 서 전 실장 측은 “구속적부심을 우려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기소 직후 서 전 실장은 변호인을 통해 “검찰의 전격기소는 적부심 석방을 우려한 당당하지 못한 처사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 전 실장 측은 “이 사건에서 공범으로 적시된 서욱 전 국방부장관은 기소에서 제외되었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조사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결정이 이루어진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 23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상황을 알고도 시신소각 사실이 알려질 경우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를 숨길 목적으로 합참 관계자들과 해경청장에게 보안을 유지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우리나라 국민이 피격됐다면 북한의 도발 내지 이에 준하는 비상상황으로, 군과 해경에서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서 전 실장은 또 이미 사망한 이 씨를 실종상태에서 수색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하고, 월북 조작을 위해 국방부와 해경으로 하여금 허위 보고서와 발표자료를 작성·배부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정부차원의 단일한 대응을 위해 국가안보실에서 ‘자진월북’으로 정리한 허위자료를 작성해 재외공관, 관련부처에 배부한 사실도 확인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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