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 기소
前해경청장은 실행 혐의로 기소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조선일보 DB |
‘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가 9일 문재인 정부 안보 라인 최고 책임자였던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도 지난달 11일 구속 적부심으로 석방됐다가 이날 불구속 기소됐다.
서훈 전 실장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뒤 시신이 소각된 사실을 알면서도 군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과 김 전 해경청장에게 이씨의 피살과 시신 소각을 숨기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해경에 이씨가 실종된 상태에서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 전 실장은 또 2020년 9~10월 ‘월북 조작’을 위해 국방부와 해경에 허위 보고서와 발표 자료를 작성·배부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있다. 그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도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내용을 담은 허위 자료를 작성해 재외 공관과 관련 부처에 배부하게 한 혐의도 있다.
김홍희 전 해경청장은 서 전 실장의 지시를 받아 2020년 9월 23일 이씨가 실종돼 수색 중이라는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같은 해 9~10월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담은 허위 발표 자료를 작성·배부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20년 11월 이씨 유족이 사건 당시 ‘조류 예측 분석서’에 대해 정보 공개 청구를 하자, ‘자료가 없다’는 허위 내용의 통지서를 유족 측에 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날 서훈 전 실장이 군과 국가정보원에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과 배치되는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에 대해선 기소하지 않았다. 서 전 실장의 지시를 받고 군에 첩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가 있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역시 기소되지 않았다. 검찰은 국정원에 첩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가 있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소환 조사한 뒤, 세 사람을 함께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훈 전 실장의 변호인은 이날 “검찰의 전격 기소는 서 전 실장의 구속 적부심 석방을 우려한 당당하지 못한 처사로 매우 유감”이라며 “이 사건의 공범인 서욱 전 장관은 기소에서 제외됐고, 박지원 전 원장은 조사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결정이 이루어진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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