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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하에 막힌 예산안… 여야, 국회의장실서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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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예산안이 정기국회에 처리되지 못한 건 2014년 국회 선진화법 이후 처음이다. 여야(與野)는 이날도 예산안을 두고 대치만 이어갔다. 법인세율 인하와 ‘윤석열·이재명 예산’ 등 쟁점이 막판까지 합의되지 않았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는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야당은 이날 협상 과정에서 다수 의석을 무기로 ‘감액 예산안’을 내겠다고 엄포 놓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예산안보다 먼저 처리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여야는 임시국회를 열고 오는 11일 정오를 전후해 예산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쟁점이 모두 해소될지는 불투명하다.

조선일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2022.12.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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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협상의 막판 쟁점은 현행 25%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였다. 국민의힘은 법인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경제 상황을 고려해 22%로 낮추자고 해왔다. 법인세를 인하해 기업이 투자를 해야 일자리가 생긴다는 입장이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국민이 법인세 인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정부를 선택한 만큼 야당의 대승적 결단을 요청한다”고 했다. 김 의장 역시 이와 같은 취지에 공감해 ‘22%로 인하하되 시행 2년 유예’ 중재안을 냈다. 김 의장 측 관계자는 “반도체 주요 경쟁국인 대만은 법인세율이 20%이고 지방세는 아예 없다”며 “한국은 법인세율 25%에 지방세까지 합치면 27.5%로 조세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국가 미래 먹거리를 대만에 빼앗기게 된다는 게 김 의장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인세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며 맞섰다.

이날 오전 여야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자 김진표 의장이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불러 조율에 나섰다. 하지만 이 역시 성과 없이 40분 만에 끝났다.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의장실 밖으로 고성이 수차례 새어 나왔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러면 제가 설 자리가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를 대표적 ‘수퍼 부자 감세’로 규정해왔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는 법인세율을 22%가 아닌 23~24%로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도 정부·여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현행 종부세는 1·2주택자와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아예 다른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여당은 주택 보유 숫자에 따라서 세율까지 추가로 차등을 두는 것은 지나치고, 1·2주택자와 그 이상의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을 단일화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2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를 낮춰주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세율 단일화는 “부자 감세”라고 반대했다.

예산 감액 규모에서도 양당의 이견은 컸다. 국민의힘은 2조6000억원을 감액 마지노선으로 설정했지만 야당은 추가 감액을 요구했다. 기초연금 부부 합산 감액 폐지나 지역 화폐 등 ‘이재명표 예산’을 반영하려면 정부 예산 추가 감액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 예산안 편성부터 건전 재정 기조로 20조원 넘는 구조조정을 했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대규모 감액은 어렵다”고 했다. 이재명표 예산을 추진하려면 최소 2조원대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다만 이날 양당에서는 야당의 의견을 일부 반영해 4조원 안팎의 감액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야당은 이날 예산안 협상에 앞서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자신들이 마련한 ‘감액 예산안’을 본회의에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예산은 정부 동의 없이 증액이 안 되지만, 감액은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에 감액 예산안을 일종의 협박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의도였다. 예산안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하지만 김 의장이 난색을 보이고 야당 내부에서도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두 카드는 무력화됐다.

여야는 이날 예산안 무산을 두고 서로를 탓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법인세와 관련해 (민주당이) 요지부동이고 국회의장 중재안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떡(일부 양보) 하나 줬더니 손목·몸통(법인세 등 쟁점 법안)까지 내달라는 형국”이라고 했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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