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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안보' 승부수 던진 기시다, 군비 확충에 1조엔 법인세 증세 악수 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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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직면에 재계 "투자 위축 우려" 반발

여당도 "증세 중심 방위비 인상 반대" 여론 속

방위력 증강 박차···英·伊와 전투기 개발 발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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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그리는 ‘군사 강국’의 청사진이 하나 둘 채워지는 가운데 대대적인 방위력 증강을 뒷받침할 재원 확보가 기시다 후미오 정권의 커다란 과제로 부상했다.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안보’를 정권 유지의 승부수로 삼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재원 마련을 위해 1조 엔 규모의 법인세 증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침체 위기에 직면한 재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벌써부터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9일 일본 정부는 영국·이탈리아와 2035년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3국은 공동성명에서 “방위력과 기술 우위를 가속화하고 협력을 심화해 방위산업 기반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항공자위대의 기존 F2 전투기의 후속 모델로 신형 전투기 100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특히 일본으로서는 이번 사업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주요 방위 장비 분야에서 미국 외 국가와 협력하는 첫 사례인 동시에 본격적인 무기 수출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는 장사정 미사일 개발·배치와 미국제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구매, 방공 능력 강화를 위한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 건조 등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전방위 군사력 증강의 일환이다. 이 같은 안을 실현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의 5개년 ‘방위력정비계획’을 통해 방위비를 43조 엔으로 늘리기로 사실상 합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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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재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8일 정부 여당 정책 간담회에서 “2027년 이후 방위력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려면 탄탄한 재원 마련이 절실하다”며 증세 방침을 밝혔다. 그는 2027년 방위비 목표인 11조 엔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4조 엔이 더 필요한데 이 중 3조 엔은 세출 구조 조정, 결산 잉여금, 방위력 강화 기금 등을 통해 조달하되 나머지 약 1조 엔은 “국민 세제로 협력을 부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증세를 추진해 2027년부터 연간 1조 엔 이상의 증세를 통해 방위비를 메운다는 방침이다.

기시다 총리가 총리직을 두고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과 경쟁하던 지난해 말부터 방위비 확충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내왔다. “‘방위비는 국내총생산(GDP)의 1% 이내’라는 일본 내 암묵적인 룰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지지율 추락에 고심 중인 기시다 총리는 방위력 강화에 더욱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북핵과 중국의 위협,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 일본 국민의 70%가량이 방위력 강화를 지지하고 있어 기시다 내각으로서는 안보 이슈가 정권 위기 타개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1조 엔 증세’ 발표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기시다 총리는 국민들에게 직접 부담을 줄 수 있는 소득세 증세에는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법인세를 통한 재원 마련에 무게가 실리자 재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이달 6일 고바야시 겐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중소기업의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자칫 일본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재계의 반발 가능성을 의식해 이날 “향후 5년간은 경제 재생의 마지막 기회인 만큼 투자와 기술 혁신, 소득 향상의 선순환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며 “경제계가 긍정적인 자세로 배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야당에서는 정부가 구체적인 산정 근거도 없이 처음부터 ‘43조 엔’이라는 숫자를 정해놓고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자 부족 등으로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장사정 미사일 관련 개발비가 대거 포함되는 등 예산안의 산출 근거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내년 4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증세 카드가 자민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요미우리신문이 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방위비 증액을 위한 ‘증세’에 동의하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김지희 기자 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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