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이슈 주목받는 블록체인 기술

상폐 막지 못한 위메이드···블록체인 서비스 내놓은 게임사들 앞날도 흔들릴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자료화면


게임업체 위메이드가 가상통화 ‘위믹스(WEMIX)’의 상장폐지를 막지 못하면서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들을 선보였던 다른 게임사들도 난기류를 만났다. 위믹스를 ‘게임계 기축 가상통화’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던 위메이드는 물론,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게임, 디파이(탈중앙화된 금융 시스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게임사들의 성장 동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위믹스는 8일 오후 3시부터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4개 거래소에서 거래가 종료(상장폐지)됐다. 투자자들은 보유한 위믹스를 개인 지갑이나 해외 거래소로 옮겨야 한다. 출금 지원 종료는 내년 1월5일 오후 3시다.

앞서 4개 가상통화 거래소는 지난달 24일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닥사·DAXA) 논의를 거쳐 위믹스의 거래 지원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닥사 회원사에 제출된 위믹스 유통량 계획과 실제 유통량이 크게 차이 난다는 것이 주된 사유다. 위믹스 발행사 위메이드는 즉각 반발하고 법원에 4개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 효력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지난 7일 이를 기각했다.

그동안 위믹스를 블록체인 게임계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며 생태계를 구축해온 위메이드의 앞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위메이드는 올해 오픈 블록체인 플랫폼을 목표로 ‘위믹스3.0’을 비롯해 스테이블 코인 ‘위믹스달러’ 등을 선보였다. 지난달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신한자산운용, 키움증권으로부터 660억원(약 4600만달러)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하지만 위믹스 전체 거래의 90% 이상이 국내 4개 거래소에서 이루어졌던 상황이라 이번 상장폐지로 투자자들의 혼란과 피해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메이드는 글로벌 중심의 사업을 전면에 내걸었던 만큼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1분기까지 100개 게임을 위믹스 플랫폼으로 서비스한다는 계획에도 변함이 없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한국에서 돈버는 게임(P2E)이 합법화되지 않은 상황이라 P2E 관련 사업은 줄곧 세계 시장을 겨냥해왔다”면서 “국내 상장폐지 여부와 관계 없이 위메이드는 글로벌 시장에 신작 ‘미르M’을 출시하는 등 기존 사업 계획을 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해 P2E, 대체불가토큰(NFT), 디파이 등의 서비스를 선보여온 게임사들에게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스테이블코인 테라USD와 연동된 가상화폐 루나가 ‘휴지조각’이 됐고, 최근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신청을 한 데 이어 위믹스 상장폐지까지 겹치면서 블록체인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넷마블은 ‘마브렉스’, 카카오게임즈는 ‘보라’, 컴투스홀딩스는 ‘엑스플라’, 네오위즈홀딩스 자회사 네오플라이는 ‘네오핀’ 등의 가상통화를 발행하고 유통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상통화의 가치는 연일 하락 중이다.

마브렉스의 경우 지난 5월 6일 상장 당일 6만8000원까지 올랐던 시세가 이날 기준 1690원까지 떨어졌다. 보라는 지난해 2월 초만 해도 30만~40만원대 시세를 형성했는데, 이날 기준 202원으로 급락했다. 엑스플라는 지난 5월 상장 당시 4.8달러에서 현재 0.25달러로, 네오핀도 지난 3월 상장 당시(3만6000원)보다 훨씬 낮은 1010원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게임사들은 블록체인 관련 사업에 속도조절을 할 계획이다. 넷마블은 최근 P2E 기능을 넣은 신작 게임 ‘몬스터 아레나’ 프로젝트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게임사들도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섰던 블록체인 기반 게임 출시를 미루고 다른 신작 프로젝트를 먼저 진행하려 하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크립토 윈터(가상화폐 겨울)가 확실한 상황에서 무리해서 관련 게임을 진행하기보다는 속도조절을 하면서 시장 변화를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장이 자체적으로 정화작용을 거치면서 안정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 생태계가 확장될 것이라는 장기적 관점을 이어가는 게임사들도 적잖다. 해외에서는 여전히 P2E시장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는 데다 ‘탈중앙화’를 기조로 하는 웹3.0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네이버가 성장했고, 2010년 모바일로 온라인의 중심이 옮겨가면서 카카오가 커진 것처럼 2020년대엔 웹3.0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본다”면서 “단기적으로 블록체인 시장이 어두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탈중앙화가 대세가 될 것이고 게임사들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관련 기술을 더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 백래시의 소음에서 ‘반 걸음’ 여성들의 이야기 공간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