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호주인 경제고문 통해 메시지…"미얀마 진실 알려달라"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쿠데타 군부에 의해 축출돼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민주주의를 위해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는 미얀마인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8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수치 국가고문의 경제자문이었던 호주인 경제학자 숀 터넬은 미국 ABC 계열 방송사인 뉴스10과의 인터뷰에서 "수치 고문이 내게 '미얀마의 진실을 모든 이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우리는 침묵했지만, 당신은 말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터넬은 이어 "수치 고문은 특히 미얀마 젊은이들에 대해 자랑스러움을 표현했다"며 "민주주의를 경험한 시간이 매우 짧음에도 민주주의를 지키고 싸울 준비가 돼 있었던 미얀마인들을 자랑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쿠데타 이후 군부를 상대로 한 저항 운동에 관한 수치 고문의 발언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고 이라와디는 보도했다.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권에서 수치 국가고문의 수석 경제자문역을 지낸 터넬은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 직후 구금됐다. 650일을 감옥에서 보낸 그는 지난 9월 29일 공무상 비밀엄수법 위반 혐의로 3년 형을 받았으나, 지난달 사면됐다.
터넬은 "9월 선고 당시 마지막으로 수치 고문을 봤다"며 "우리는 그때 일종의 작별 인사를 나눴고, 그는 친구와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군부는 수치 고문이 이끈 NLD가 압승을 거둔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며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이후 선거 조작과 부패 등 각종 혐의를 적용해 수치 고문을 잇달아 기소했다.
터넬이 3년 형을 선고받은 재판에서 수치 고문에게도 같은 형량이 추가됐다. 현재 수치 고문의 전체 형량은 26년형이다. 수치 고문은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교도소 독방에 수감 중이다.
사면 후 호주로 추방된 터넬은 각종 인터뷰를 통해 미얀마에서의 경험과 현실을 전하고 있다.
그는 "쿠데타 군부가 잔학하게 저항 세력을 탄압하고 있고 권력을 쉽게 놓을 리가 없지만, 그 정점에 있는 인원은 극소수"라며 "경제적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또 다른 쿠데타가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책을 쓰고 싶고, 이미 시작했다"며 쿠데타 이전에 미얀마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하려던 일과 쿠데타 이후 자신의 석방을 위한 국제 공조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터넬은 "미얀마의 젊은이들은 매우 영리하며, 해외의 미얀마인들에게서도 크게 감명받았다"며 "지금은 미얀마의 젊은이들이 빛날 시간이며, 나는 뒤편에서 너무 바쁘지 않게 지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군부에 의해 민주화 운동가와 민간인이 2천500명 넘게 사망했고, 1만6천 명 이상 체포됐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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