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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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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개헌절차법 만들어 2024년 총선 때까지 개헌 꼭 이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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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수의 직선 ㅣ 김진표 국회의장

승자 독식의 정치구도 이젠 바꿔야

개헌은 대통령 반대하면 절대 못 해

대통령 지지율 낮으니 개헌 더 절실


한겨레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11월30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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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 인터뷰를 하기로 한 11월30일 오후,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상민 행안부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문제로 극심한 혼란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인터뷰 시간이 갑작스레 바뀌었지만, 일단 시작하자 김진표 의장은 별다른 동요 없이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윤석열 정부에 대한 생각 등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국회의장실 문밖에선 수많은 기자와 텔레비전 카메라가 진을 치고 있는데, 문 안에선 한줄기 찻잔의 일렁임도 없이 대화를 이어가는 것, 이게 정치의 본산인 국회의 본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진표 의장은 진영 정치와 팬덤 정치에서 벗어나려면 승자독식 구조를 바꿔야 하며, 이를 위해서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겨레

박찬수 대기자


― 곧 국회의장 직속의 개헌자문위원회를 출범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개헌자문위는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 겁니까? 이번엔 개헌이 가능할까요?

“제 전임 국회의장 4명이 지난 8년간 개헌을 추진했는데 모두 실패했어요. 또 실패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내가 고심 끝에 이번엔 ‘개헌절차법’을 입법하자는 안을 내놓은 거에요. 지난 8월19일 국회의장단이 윤석열 대통령 초청으로 용산 청사에서 저녁을 같이 했는데, 그때 우리가 적극적으로 개헌 얘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윤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의지 표명을 하고, 개헌 뿐 아니라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 개편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대통령의 생각이 내 생각하고 똑같은 거죠. 어떻게 보면 선거제도 개편이 개헌보다 더 중요해요, 결국은 개헌과 같이 가야 하는 문제거든요. 왜냐하면 거대 양당 제도가 고착화하면서 대립과 갈등이 심해지는 거니까요.

그런데 개헌은 대통령이 반대하면 절대 하질 못하죠. 지금까지 개헌을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역대 대통령이 후보 시절엔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다가 대통령이 되면 국정추진 동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까봐 ‘나중에 합시다’ 그러고, 또 임기 말엔 동력이 없어져서 못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개헌절차법’을 만들어서 개헌을 강제하자고 교섭단체 대표들에게 얘기를 하고 있어요. 개헌 시기와 절차를 법에 정하자는 거죠. 내년 1월1일부터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려고 하는데 그 전에 개헌절차법을 만들려고 해요.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개헌자문위원회입니다. 헌법을 보면, 개헌은 국회에서 하게 되어 있지만 국민 동력을 모으고 개헌 추진의 동력을 만들려면 개헌자문위원회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개헌자문위는 내년부터 국민의 의견을 묻는 ‘공론화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중립적인 시민대표들로 구성된 시민배심원단에게 개헌과 관련된 충분한 설명과 자료를 제공하고 학습과 토론을 거쳐 최종 의견을 도출해 낼 예정입니다.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숙의민주주의의 장’이 될 거라 기대합니다. 이 절차를 개헌자문위가 맡아서 하고 그 결과를 국회 개헌특위에 제출하면, 특위 위원들이 권력구조라든가 그런 걸 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개헌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늦어도 2024년 4월 총선 때까지는 개헌을 해야 합니다.”

― 새 정부 출범한 지 6개월밖에 안 됐는데, 정치적 대립과 반목이 굉장히 심한 상황입니다. 의장님은 정치를 오래 하셨는데, 과거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정치를 어떻게 복원해야 합니까?

“진영정치, 팬덤정치에 대한 우려가 크죠. 지지자만 바라보는 정치는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킵니다. ‘지정석 민주주의’라고도 하는데, 자기편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하면 지정석이 확보되고 굳어지는 거죠. 지정석을 지키기 위한 대립이 격화되면서 진영 대결이 심화 되는데, 이것이 경제적 양극화와 맞물리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태가 되었죠. 내 편이 곧 ‘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연구로 저명한 아담 쉐보르스키가 얼마 전 <에스비에스>(sbs)가 주최한 포럼에서 정당 간의 적대감, 진영화로 인한 우리 사회의 분열을 경고했는데, 정치의 실종이 민생의 실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정치의 본질은 갈등이기도 하지만, 통합이기도 합니다. 정치에서 갈등은 민생과 국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 동시에, 진영 간의 통합을 지향해야 합니다. 그래서 소통이 중요하죠. 소수 극단의 지지자가 아니라 여와 야 서로를 바라보는 노력이 있어야만 정치가 국민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싸우고 대립하더라도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합의를 이뤄가고 협치를 해야 정치가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직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좀 부족하시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정치와 의정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장관이나 수석비서관에 임명해서 자주 의논도 하고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윤 대통령이 오래 몸담았던 검찰이라는 조직이 대개 토론에 의해서 뭘 결정하는 조직이 아니잖아요, 정치도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려다 보니까 출범한지 6개월밖에 안 됐는데도 지지율에 국민들의 그런 우려가 반영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도어스테핑도 중요하지만 여당 뿐 아니라 야당 의원들을 자주 만나 얘기를 들어보라고 꼭 권하고 싶어요.”

― 역대 대통령 중에 야당과 가장 많이 만나고 소통을 많이 했다고 할 수 있는 분은 누가 있습니까?

“그래도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이 아닐까 싶네요. 제가 얼마 전에 살아계신 전임 국회의장들을 모두 모시고 저녁식사를 했는데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지금 대립과 갈등의 정치가 너무 심하다, 그래도 디제이(DJ) 때가 가장 좋았고 와이에스(YS) 때도 좋았다’는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구요. 디제이 때는 여소야대였고 또 정책 색깔이 다른 자민련과 연대까지 한 상황이었으니까 항상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거든요. 와이에스, 디제이 두분 모두 의정 활동 경험이 풍부했던 대통령들이었고요.”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해 9월 세종시에 국회의사당 분원을 설치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의결됐습니다. 세종의사당 설립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국회가 서울과 세종 두 곳으로 나뉘면 비효율의 문제가 제기될 텐데, 아예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마무리됐고, 이제 여야 합의를 통해 국회규칙을 마련해서 세종의사당으로 이전할 범위 등을 결정하면 됩니다. 논의를 원활하게 진행하면 2028년 무렵엔 준공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야 합의에 따라 세종의사당 건립이 결정된 만큼 국민 수용성을 높이고 국토 균형발전 취지에 맞게 추진하려 합니다. 현재는 서울-세종 간 지리적 위치로 인해 이른바 ‘길거리 국장’ ‘카톡 과장’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회 전체를 이전하면 이런 비효율을 해소할 수 있지만, 헌법재판소가 2004년 행정수도 이전에 위헌 결정을 내렸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 결정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정부 핵심부서, 국회 본원은 반드시 수도인 서울에 있어야 하고, 만약 국회 본원을 이전하려면 법률이 아닌 헌법 개정절차를 거쳐야만 합니다. 그래서 어려운데, 지금의 국회 분원 건설과 상임위 이전만으로도 불편한 점은 크게 개선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 얼마 전 외부 연설에서 ‘능력 있는 민주주의’를 강조하신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능력 있는 민주주의란 구체적으로 어떤 걸 뜻합니까?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능력 있는 민주주의’가 그걸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얼마 전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능력 있는 민주주의’를 얘기했습니다. 지금 우리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건 정치가 사회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 정치는 사회 발전을 선도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성장이 있었고, 특히 금융위기 이후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크게 불거졌죠. 심각한 사회적 문제들을 정치가 해결하지 못했고,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이 정치적 양극화와 포퓰리즘을 가져온 셈이죠. 시장경제 체제 아래서 국민적 소비기반을 넓혀나가 양극화를 완화하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고 거대 양당에 의해 운영되다 보니까 자기 지지자만 만족시키면 된다는 식으로 가고 있어요. 그러니 정치가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하고, 무능한 정치가 되고, 국민 불신을 받게 되는 것이죠.

정치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습니다. 국내에선 민생 문제와 지역·세대·계층·젠더 등의 사회 갈등, 국외에선 국제경제질서의 변화, 미-중 갈등 심화에 대응해야 합니다.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바로 정치의 역할입니다.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비로소 지켜집니다. 손을 놓으면 곧바로 퇴행합니다. 분열과 대립의 정치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정치의 효용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습니다. 정치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한 단계씩 사회가 발전하는 것, 그 과정이 ‘능력 있는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까지 여러 국회의장들이 개헌에 의지를 보였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앞에 말씀하셨듯 역대 대통령들이 당선이 되면 늘 개헌을 포기했던 게 큰 이유일텐데요, 어떻게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실 생각입니까?

“개헌은 국회의장뿐 아니라 반드시 대통령의 의지가 수반돼야 합니다. 그동안 대부분의 대선 후보들은 후보 시절에는 개헌을 약속했지만, 막상 대통령이 되면 국정추진 동력만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에 개헌을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국민들이 그동안의 많은 경험을 토대로 개헌 당위성에 대한 판단력이 생겼어요. 여론조사만 봐도 개헌에 찬성하는 국민 비율이 훨씬 높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현재 윤석열 정부처럼 지지율이 낮을 때 우리 자신은 물론 후손들을 위한 비전과 새로운 희망을 주는 정책으로서 개헌을 강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나 대통령 의지가 있다 해도 개헌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하는 지난한 과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1987년 개헌 이후 35년간 우리 사회는 그 전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난제와 맞닥뜨리게 됐습니다. 저출생・고령화, 불평등 심화, 디지털혁명, 기후변화, 지방소멸 등 새로운 시대 과제들이 등장했죠. 현재의 헌법은 이러한 사회변화를 다 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모든 걸 담아 개헌하자고 하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각론에선 여전히 합의가 어려운 부분들이 있죠. 이 부분은 일단 합의할 수 있는 부분부터 개헌해나가면 됩니다. 국민 판단을 모으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그런 합의 범위에 관한 컨센서스를 이룰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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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장님은 다당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뜻을 갖고 계십니다. 지금의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바꾸자는 걸로 들리는데, 어떻게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비례대표 확대엔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데,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올해로 18년째인데, 정치 하면서 들었던 가장 부끄러운 말이 ‘일 좀 하라고 뽑아줬더니 맨날 싸움만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갈등만 부추기는 정치를 한다는 지적이죠.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단 1표라도 더 얻어서 권력을 가져가야만 하는 승자 독식의 정치구조에 문제가 있습니다. 어떻게든 이겨야 하니 사생결단식의 정치행태가 나타나는 것이죠. 우리 정치가 진영 간 적대의 논리에서 벗어나려면,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합니다. 그 방안으로 중·대선거구제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가 적극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이와 같은 제도는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다당제의 제도적 토대를 굳건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 주요 유럽 국가는 연정을 구성하면서 정당 사이 정치적 타협이 수시로 이뤄지는데, 바로 다당제를 도입한 덕분일 것입니다.

비례성을 강화하는 데서 비례대표 정수 확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해 보입니다. 다만 이 논의가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국민이 많으신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 300명 정원 안에서 비례대표를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죠. 지금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에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우선 정개특위에서 구체적인 검토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 입법부 수장으로서 윤석열 정부 6개월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행정부에 어떤 당부를 하고 싶으십니까?

“윤석열 대통령 취임 6개월을 맞아 많은 여론조사가 있었죠. 첫 6개월은 임기 5년의 국정운영 방향을 설정하고 토대를 다지는 기간인데,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민의 평가가 매우 아쉬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경제, 안보, 외교, 무엇 하나 쉽지 않은 국정운영 환경 속에서 소수 여당, 다수 야당의 국회 상황은 대통령과 정부에게 또 다른 어려움일 겁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만에 국회에서 추경 관련 첫 시정연설을 했을 때, 2차 세계대전 시기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의 협력,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으로 나라를 구했던 사례를 얘기했죠. 정치적으로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더라도 협력의 정치로 공동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인데, 지금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 민생 법안 등 정기국회에서 성과를 내야 국정운영 동력이 붙을 것입니다. 국회와의 소통 노력이 정말로 필요합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많은 시간을 할애해 야당 의원들을 1대 1로 만나고 전화를 걸어 정부 정책을 설명하고 설득했죠. 우리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야당과 소통해야 합니다. 장관들도 국회 문턱이 닳도록 와서 국정과제 법률안과 필요한 예산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해야지요.“

― 의장님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경제부총리를 지내는 등 오랜 경제관료의 경험을 갖고 계십니다. 현 정부에도 한덕수 국무총리나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경험 많은 경제관료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데, 경제 위기에 잘 대응한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주지는 못하는 거 같습니다.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최근 한국은행이 국내외 금융기관 임직원과 주요 경제 전문가 72명에게 물었더니 58.3%는 금융시스템에 위기를 초래할 충격이 1년 이내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안보 불안 등으로 인한 복합경제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와 한전 회사채 발행 등으로 인해 금융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며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량기업도 금리를 많이 주지 않으면 회사채 소화가 안 될 정도 입니다. 우선 현장 사정에 밝은 금융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활용해 시중에 나와 있는 금융상품을 치밀하게 점검하고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길 바랍니다. 다행히 요즘 들어 다른나라 금융시장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국내 단기투자를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가도 오르고 환율은 내리고 시장이 좀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잘 관리해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합니다. 또한 국회와 소통을 강화해야 합니다.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부동산 세제 완화 등 경제정책 구상을 담은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왜 이 정책이 필요한지, 그에 따른 부작용의 해소 방안은 무엇인지 국회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했는지 의문입니다. 정부·여당이 더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만 경제위기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국력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 겁니다.”

― 정부가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에 대해 야당은 ‘부자감세’라며 반대하는데, 의장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사실 야당도 현행 종부세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은 122만명이고, 이 중 23만명이 1세대 1주택자입니다. 종부세 대상자가 100만명 선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죠. 서울지역은 5가구 중 1가구가 납부 대상입니다. ‘부유세’ 명목으로 시작한 종부세가 너무 많은 국민에게 부담이 돼 버렸습니다. 특히 지난달 서울 아파트 값이 24주 연속 하락하는 등 전국 집값은 역대 최대 하락률을 보이고 있어 부동산 가격과 종부세 간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셈입니다. 정부가 지난 7월 종부세 개편안을 발표하고 야당은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정부가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며 납세 부담을 줄이기는 했지만, 종부세가 부유세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정부가 내년 초 전체 부동산 시장가격을 정확히 재조사하고 그 가격 수준에 따라 세율, 공제수준,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정해서 애초의 과세 취지대로 종부세 과세대상을 부동산 가격 상위 1~2% 수준의 범위로 정해 현실과의 괴리를 좁혀 나가야 할 것입니다. 땜질식으로 처방하면 조세정책에 대한 신뢰만 무너뜨릴 수 있으니까 여야가 합의해서 내년 4월 정도에 관련 법률을 전부 재정비하고 종부세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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