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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만에 되살아난 ‘도하의 기적’ [이종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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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직전 득점…다른 팀 도움 현상도 비슷
한국, 우루과이가 가나 이겨줘 16강행 확정
1993년에는 이라크가 일본과 비겨 본선 진출권
6일 부담스러운 브라질과의 8강 진출 다툼


29년 만에 ‘도하의 기적’이 되살아났다. 그때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이었고 지금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H조 리그 최종 3차전일 뿐 모든 것이 ‘판박이’처럼 똑같다. 경기 종료 직전 한국의 극적인 득점 상황이나 경기 종료 후 또 다른 경기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까지 빼닮았다. 하지만 한국은 대망의 16강 토너먼트 상대가 세계 최강 브라질이어서 부담스럽다. 브라질은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 꺾은 독일이나 스페인과는 달라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후반 추가시간에 황희찬 결승골 작렬


매일경제

3일 새벽 2022년 월드컵 본선 H조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2대1로 승리한 한국축구대표팀이 태극기를 펼쳐 놓고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카타르 알라이얀)=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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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0시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8위 한국과 9위인 포르투갈의 2022년 월드컵 본선 H조 3차전. 누가 보아도 1무 1패의 한국과 이미 2연승을 거둔 포르투갈의 경기는 포르투갈의 우세가 확실해 보였다. 한국에도 월드클래스의 손흥민이 있었지만, 포르투갈에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함께 세계 축구를 호령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포르투갈의 오르타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경기를 끌려가다 27분 포르투갈 문전에서 혼전 중 수비수 김영권이 동점골을 뽑아 균형을 이루기는 했다. 그러나 한국은 포르투갈을 꼭 이겨 1승 1무 1패가 돼야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 그것도 같은 시각 진행된 H조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에서 우루과이가 2골차 이하로 이겨주어야만 가능한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이미 2연승, 승점 6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포르투갈은 다급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은 아니었다. 가나와의 경기에서 퇴장 명령을 받은 벤투 감독이 벤치에 앉지 못하고 관중석으로 자리를 옮긴 상황에서 후반 내내 한국의 경기는 풀리지 않았다. 드디어 정규 90분의 경기는 끝나고 후반 추가시간도 마감될 무렵. 손흥민이 치고 나가 교체 선수로 들어온 황희찬에게 볼을 밀어주었고 황희찬이 결승골을 성공시켜 2대1로 승리했다. 하지만 16강 진출이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같은 조의 가나에 2대0으로 앞선 우루과이가 3대0으로 이기면 1승 1무 1패로 한국과 동률인 우루과이가 조 2위로 16강전에 오르기 때문이었다. 한국 선수단은 휴대전화 영상을 통해 약 10분간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가 2대0으로 끝나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다행히 우루과이의 2대0 승리로 경기가 끝나 다득점 순에서 2골 앞선 한국(4득점)이 우루과이(2득점)를 제치고 16강에 합류한 것이다.

29년 전 일본 종료 직전 실점…한국에 본선티켓 내줘


이 같은 상황은 29년 전인 1993년 10월 28일 아시아 6개 팀이 카타르 도하에서 겨뤘던 1994년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의 마지막 순간과 빼닮았다. 한국은 당시 이란 사우디 이라크 등 중동 3개 팀을 상대로 선전하며 상승 바람을 타다가 일본에 0대1로 져 북한과의 최종전을 이기고, 이라크가 일본과 비기거나 이겨야 월드컵 본선에 갈 수 있었다. 그때도 한국은 북한에 3대0으로 이겼지만 다른 경기장의 이라크-일본의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당시 일본은 이라크에 2대1로 앞서고 있었다. 경기가 그대로 끝나면 한국은 사우디 일본에 이어 3위로 본선티켓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런데 경기 종료 10초를 남겨두고 ‘도하의 기적’이 일어났다. 당시 최종예선에 나선 6개 대표팀 가운데 2위를 달리던 일본은 최종전 경기 종료 10초를 남겨두고 이라크의 움란 자파르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2대2로 비기고 말았다. 한국은 이라크 때문에 1986년부터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었으며 ‘일등공신’ 움란 자파르는 훗날 대한축구협회 초청으로 한국에 와 후한 대접을 받기도 했다.

29년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같은 시각 다른 경기장의 상황 파악을 1993년에는 워키토키(무전기)로, 이번에는 휴대전화 영상으로 한 것이다. 3일 도하의 우루과이-가나의 경기는 한국 임원들이 휴대전화로 실황을 파악했으나 1993년 당시는 일본-이라크의 경기에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워키토키를 들고 가 현장 상황을 한국-북한 경기장에 있던 정몽준 당시 대한축구협회장 등 임원들에게 알려왔다.

한국, 브라질과 역대 전적 1승6패 열세


오는 6일 새벽 4시 한국이 상대해야 할 브라질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의 축구 강국. 1930년 제1회 대회부터 22회 연속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월드컵 본선에 참가한 유일한 나라로 그동안 5번이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3일 경기에서 아프리카의 카메룬에 후반 추가시간 1골을 허용, 0대1로 졌으나 스위스 세르비아에 연승, 승점 6으로 이미 G조 1위, 16강 진출을 확정한 상태여서 2진 선수를 출전시킨 결과였다.

하지만 16강전부터는 토너먼트여서 한번 지면 탈락하기 때문에 최강의 멤버로 나올 것이 분명해 한국의 고전이 예상된다. 파리 생제르맹에서 활약 중인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결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과의 역대 전적에서 6승 1패를 기록 중이다. 지난 6월 2일 서울에서의 평가전에선 한국에 5대1로 크게 이겼다.

다만 한국이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처럼 투혼을 발휘하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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