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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12년 뒤, 저는 죽습니다”…CCTV 사각지대 8분, 그곳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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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5월 22일 부산 진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남성 A씨가 일면식도 없는 여성 B씨를 폭행한 후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고 있다.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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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에서 처음 본 20대 여성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은 남성의 범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다. 피해자는 자신을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간 남성의 추가 범행을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JTBC는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남성 A(30대)씨의 범행 당시 CCTV 화면을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 5월 22일 부산 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발생했다. A씨는 건물 인근에서 혼자 걸어가는 피해 여성 B(20대)씨를 발견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뒤쫓아 왔다. CCTV 화면에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B씨 뒤로 다가온 A씨가 갑자기 여성의 머리를 돌려차기로 가격하는 장면이 담겼다. B씨가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친 후 바닥에 쓰러지자 A씨는 여성의 머리를 몇 차례 세게 밟았다. A씨는 경호업체 직원이었다.

남성은 B씨가 기절하자 어깨에 메고 CCTV가 없는 복도로 사라졌다. 다시 돌아와 복도에 떨어진 B씨의 소지품을 챙겨가기도 했다.

CCTV에 A씨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8분이 지나서다. 건물 입주민의 인기척이 들리자 A씨는 피해 여성을 그 자리에 둔 채 서둘러 건물을 빠져나갔다.

B씨는 8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외상성 두개내출혈과 영구장애가 우려되는 오른쪽 마비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B씨가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속옷은 오른쪽 다리 종아리에 걸쳐져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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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2일 부산 진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남성 A씨가 일면식도 없는 여성 B씨를 향해 발차기를 하고 있다.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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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의 집으로 도피했다가 사흘 만에 잡힌 A씨는 상해, 폭행 등으로 과거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으며 출소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태였다. 검거 직전 스마트폰으로 ‘서면 살인’ ‘서면 강간’ 등을 검색한 기록이 포렌식을 통해 확인됐다고 한다. 그러나 A씨는 CCTV 사각지대에 있던 8분 동안 성범죄를 저지른 의혹에 대해 부인했고, 피해자 속옷 등에서 가해자의 DNA가 나오지 않으면서 검찰은 살인미수 혐의로만 기소했다.

A씨는 재판에서 폭행 사실만 인정했다. 살해할 고의는 없었으며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 김태업)는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면서 CCTV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는 등 여러 측면에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상대로 단지 자신을 째려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빴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뒤쫓아가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묻지마 범죄에 대한 예방 차원에서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검찰과 A씨 모두 항소했다.

B씨는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에 ‘12년 뒤, 저는 죽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B씨는 “프로파일러 보고서에서 A씨의 재범 위험성이 크다고 했고 사이코패스 검사에서도 점수가 높게 나왔다”며 “저는 10㎏ 정도가 빠졌는데 재판장에 올 때마다 몸집이 커지는 범인을 보면 아직도 화가 난다”고 했다.

B씨는 “이렇게 정황 증거, 직접 증거가 넘치는데 범인은 12년 뒤 다시 나온다. 고작 40대”라며 “어릴 때부터 범죄를 저질렀던 범인에게서 보이는 뻔한 결말에 피해자인 저는 숨이 턱턱 조여온다. 사회악인 이 사람이 평생 사회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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