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대신 값싼 수면제 투여
“살기 위해 딸 팔 수밖에…”
유엔 “인도주의적 재앙”
아프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헤라트 외곽에 사는 주민들 다수는 배고픈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약을 투여하고 있다. 압둘 와합은 “우리 아이들은 계속 울고 잠을 자지 않는다. 우리에겐 음식이 없다”며 “약국에서 알약을 사서 아이들에게 졸음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 약국에서는 빵 한 조각 정도의 가격인 10아프가니(약 140원)에 약 5정을 구입할 수 있다.
의사들은 적절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한 어린아이에게 이러한 약물을 투여하면 만성 피로, 수면·행동 장애와 같은 여러 문제와 함께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헤라트 주민들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탈레반 집권 이후 서방의 제재로 외국 자금이 동결되어 경제가 붕괴됐다. 대다수가 일용직으로 일하던 이곳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이 때문에 굶주리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은 아프간에서 인도주의적 ‘재앙’이 전개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음식을 사려고 빌린 돈을 갚기 위해 3개월 전 신장 제거 수술을 했다는 20대 A씨는 흉터를 보여주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는 하루 밥을 먹으면 다음날은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희망이 없다고 느낀다. 이대로 계속되면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7개월 전에 신장을 팔았다는 한 여성은 그때 받은 돈으로도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두 살짜리 딸을 팔아야 한다.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돈을 갚을 수 없다면 딸을 달라며 매일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남편은 “우리의 상황이 너무 부끄럽다. 가끔은 이렇게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헤라트 주민 니자무딘은 “나는 다섯 살짜리 딸을 10만아프가니(약 150만원)에 팔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하즈라툴라는 “음식 살 돈이 없어 모스크에서 딸을 팔고 싶다고 발표했다”고 했다.
헤라트 지방정부 대변인인 하미둘라 모타와킬은 “이런 상황은 아프간에 대한 국제 제재와 자산 동결 조치의 결과다. 정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도움이 필요한지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세계의 관심이 떠난 상황에서 그 누구도 아프간 위기의 실체를 파악하려 하지 않는다고 BBC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사람들은 탈레반 정부와 국제사회에서 모두 버림받았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 백래시의 소음에서 ‘반 걸음’ 여성들의 이야기 공간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