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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제2 n번방 주범 '엘', 호주서 잡혔다…호주 법정에 설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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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경찰과 협력해 23일 20대 중반 男 검거

지난 2012년 가족과 이민, 한국 국적

"호주서 수사·기소하면 한국보다 형량 길어"

아주경제

'제2 n번방' 사건의 주범 '엘'로 지목된 유력 용의자 A씨가 지난 23일 호주에서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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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성(性) 착취 영상을 텔레그램을 통해 대거 유포한 ‘제2의 n번방’ 사건 주범 ‘엘(가칭)’이 호주에서 붙잡혔다. 호주 당국은 한국 경찰의 송환 요청에도 관할권을 앞세워 일단 직접 수사 후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엘이 호주 법정에 서면 한국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5일 “제2 n번방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20대 중반 A씨를 23일 호주 경찰과 협력해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0년 12월부터 올 8월까지 아동·청소년 9명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1200여 개 영상을 제작해 최소 629개를 유포했다. 경찰은 유포된 영상을 삭제, 차단 조치했다. A씨는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린 ‘추적단 불꽃’을 사칭하며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신의 개인정보와 사진이 유출되고 있으니 도와주겠다”고 미끼를 던진 뒤 피해자가 걸려들면 메시지와 전화로 협박해 성 착취물을 얻어냈다. 피해자들 나이는 당시 모두 10대였다.

A씨는 2012년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 갔는데, 호주 영주권을 취득하지 않아 한국 국적이다. 경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텔레그램 등을 분석해 그가 호주에서 범행한 사실을 파악하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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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교외에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호주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제2 n번방 사건’의 주범 A(일명 ‘엘’)씨를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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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경찰 아동보호팀은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수사관과 함께 시드니 교외에 머물던 A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한 뒤 체포했다. A씨는 검거 당시 “인터넷상에 있던 영상물을 내려받은 것에 불과하다”며 범행을 부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조주빈(박사방 운영자)도 처음엔 그렇게 부인했다. 우리가 수집한 증거로 봤을 때 (범인이) 맞다”고 설명했다.

A씨 수사와 처벌은 호주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경찰 관계자는 “가·피해자 모두 한국 국적이라 범죄인 인도를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호주 측은 관할을 이유로 직접 수사 및 기소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호주가 동의하지 않으면 송환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호주 경찰이 A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죄로, 최대 형량은 15년이다. 경찰 관계자는 “호주 측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제작 등 추가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경우 형량이 훨씬 더 무거워 질 것으로 보인다. 시드니가 위치한 뉴사우스웨일스주(州) 법에는 14세 이상 미성년자를 성 착취물 제작에 이용한 경우 최대 14년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한국에선 아동 성 착취물 제작 시 2020년 조주빈 검거 후 강화된 양형기준에 근거해 최대 19년 6개월형까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씨가 호주에서 더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성범죄 피해자를 주로 대리해 온 이은의 변호사는 “양형기준은 말 그대로 기준일 뿐”이라며 “한국에서 제작 혐의의 기본 형량은 5~9년이라 호주가 훨씬 센 처벌을 부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호주에서 형기를 마치더라도 여죄를 밝혀내면 국내 법정에 세우는 것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A씨와 함께 피해자를 유인·협박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15명도 검거됐다. 경찰은 이 중 13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2명은 수사 중이다. A씨가 제작한 영상을 판매·유포·소지·시청하거나 피해자 신상 정보를 공개한 10명도 추가로 붙잡아 8명을 검찰에 넘겼고, 2명은 계속 수사하고 있다.

서울청은 “한국, 호주 경찰이 협력해 범인을 검거한 최초 사례”라며 “앞으로도 해외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확대해 디지털 성범죄 척결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아주경제=원은미 기자 silverbeauty@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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