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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 인도주의 재앙…배고파 우는 아이 재우려 진정제 먹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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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탐사 보도…"식량 구하거나 빚 갚으려 장기밀매도"

연합뉴스

아프간 북부 주즈잔주의 난민촌 모습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지난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집권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가난한 주민들이 배고파 우는 아이를 재우려고 함부로 약을 먹이거나 먹을 것을 구하려 장기밀매를 한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방송은 아프간 현지 탐사 보도를 통해 이 나라 전역에서 확산하고 있는 인도주의 재앙의 실상을 전했다.

아프간 3대 도시 헤라트 외곽에 거주하는 압둘 와합은 "아이들이 울음을 멈추지 않고 잠을 못 잔다. 먹을 것이 없다"면서 "약국으로 가서 잠이 오게 하는 약을 구해와 아이들에게 먹인다"고 털어놨다.

취재진에 다가온 사람들에게 기자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아이들에게 약을 주는지 묻자 이들은 "우리 모두 그렇게 한다"고 답했다.

헤라트 외곽에 있는 이 정착촌에는 전쟁과 자연재해 등으로 집을 떠난 이재민 수천 명이 산다.

다른 주민 굴람 하즈라트는 주머니에서 불안 증세 치료를 위해 처방되는 신경안정제를 꺼내 보여주며, 1살 난 막내에게도 먹인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먹이는 약이라며 항우울제를 꺼내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의사들은 영양이 부족한 어린이에게 이런 약을 먹이면 간 손상 등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지 약국에서 이런 알약 다섯 알은 빵 1개 값인 10아프가니(약 130원)에 살 수 있다.

아프간 주민들의 생활은 지난해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뒤 외국 지원이 끊기면서 훨씬 더 어려워졌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대부분의 남자는 일거리를 잃었고, 혹 드물게 일을 하는 날에는 하루에 고작 100아프가니 정도를 번다.

BBC 기자는 취재를 위해 돌아본 여러 곳에서 사람들이 가족을 굶주림에서 구하기 위해 극단적인 일까지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20대의 암마르(가명)는 3개월 전에 콩팥을 팔기 위한 수술을 받았다면서 배에 남아있는 20cm 크기의 흉터를 보여줬다. 그는 "무서웠지만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받은 돈 27만 아프가니(약 410만 원) 대부분은 가족들 먹거리를 사려고 빌렸던 돈을 갚은 데 썼다. 그는 "희망이 없고 이런 삶이 계속되면 죽을 것 같다"고 고개를 떨궜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딸을 팔아넘긴다는 증언도 여러 명에게서 나왔다.

한 여성은 7개월 전에 신장을 판 돈은 빚을 갚는 데도 모자랐다면서 "두 살배기 딸을 팔아야 할 형편"이라며 "돈을 빌려준 사람이 빚을 갚을 수 없으면 딸을 내놓으라고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 명도 다섯 살 난 딸을 10만 아프가니에 팔았다고 했다.

아이들의 영양실조도 심각한 문제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영양실조를 치료하는 아프간 내 시설 입소율이 지난해보다 올해 47%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탈레반 당국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BBC 방송은 지적했다.

헤라트의 탈레반 지방정부 대변인은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질문에 "이런 상황은 아프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아프간 자산 동결의 결과"라며 남 탓을 했다.

연합뉴스

탈레반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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