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공항을 출발한지 40분 가까이 지났을까, 차창 밖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습니다. 승객들을 태운 버스는 덩그러니 아파트가 몇채 들어선 허허벌판 한가운데 정차했습니다. 안내원이 탑승하더니 하차 후 짐을 챙기고 숙소 앞에 줄을 서서 주숙 등기를 하라고 합니다.
승객들의 여행용 캐리어는 별도의 화물차량에 실려 승객들보다 먼저 격리 시설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짐들이 버스가 정차한 길 옆에 놓여있었는데 소독약을 얼마나 뿌려댔는지 마치 소낙비를 맞은듯 흥건히 젖어있습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2.11.15 chk@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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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원이 버스에서 나눠준 통지서를 들고 주숙등기를 하러 격리 아파트 동 문앞에 줄을 섰습니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며 고지서를 보니 조금전 안내원이 버스에서 잠깐 설명한대로 열흘 기준 이 코로나 격리시설의 숙박료는 세끼 중국식 식사 하루 100위안을 포함해 총 4800위안이었습니다. 7일만 격리하고 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격리시설측의 편의상 일률적으로 10일치를 받고 나중에 정산(多退少补)을 하겠다고 합니다.
격리장소와 시설을 비롯해 격리자들이 기호대로 고르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만 주숙등기 때 음식 가운데 이슬람교도들이 돼지고기를 기피하듯 가리는 음식은 없느냐고 묻는 게 그나마 배려라면 배려였습니다. 나머지는 모두가 중국 당국이 격리자들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총괄적으로 계획하고 안배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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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챗으로 10일치 격리 대금 4800위안을 지급하고 나자 숫자가 적힌 메모지를 쥐어주며 사무동으로 가서 체크인을 하게 합니다. 파란 방호복을 입은 격리시설 직원들이 여권을 확인한 뒤 이름과 주소지 등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열쇄를 내어줍니다.
격리시설 주숙 증기가 완료되고 방으로 들어간 뒤에는 격리가 본격 시작돼 7일 또는 10일 동안 문밖을 한발짝도 나올 수 없습니다. 매일 세끼 식사를 비닐 봉지에 넣어 모두 문밖에 배달해줍니다. 식사를 들여오기 위해 하루 세번 문을 여는 것이 전부이고 창문도 모두 10센티 이상 열지 못하도록 못질을 해놨습니다.
복도로 나왔다가 CCTV에 찍히기라도 하면 격리 해제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관리원은 투숙때 이점을 단단히 주의하라고 마치 경고를 하듯 일러줬습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2.11.15 chk@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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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접촉이 없는 가운데 많은 격리 인원을 통제해야하는 때문인지 격리 숙소에 투숙한 뒤에는 모든 전달 사항이 위챗 단톡방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단톡방을 통해 격리 신청서도 작성하고 매일 매일 체온과 건강상태를 세밀하게 보고해아 합니다. 위챗 단톡방이 없다면 격리 관리가 순탄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챗 단톡방에는 한국인을 비롯해 서울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중국으로 입국하는 서양인들과 조선족 중국인, 한족 중국인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섞여있었습니다. 유학생과 자영업자 회사원 주부 등 다양한 부류와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단톡방을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전달 사항외에도 단톡방은 격리자들 끼로 정보를 주고 받는 아주 중요한 플랫폼이었습니다. 11월 11일 낮 단톡방의 한 중국인이 코로나 방역 신정책이 발표돼 해외 입국자 격리가 7일에서 5일로 줄어든다는 소식을 띄웠습니다.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습니다. 중국인들은 격리 단축에 대해 마치 지난 10월 치러진 공산당 20차 당대회 선물 보따리이기나 한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였습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2.11.15 chk@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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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정책으로 시설 격리가 7일에서 5일로 줄어들었지만 뉴스핌 기자는 시설 격리 도중 왕징 숙소에서 코로나19 양성 감염자가 나와 집이 격리되는 바람에 자가 격리 3일까지 총 격리기간 8일을 모두 지정 격리 시설에서 보내야했습니다. 8일 동안 격리 도중 여섯차례 구강 핵산검사를 하고 두번은 생활 환경 검사라 해서 노트북 PC 마우스와 전등 스위치, 문꼬리, 화장실 수도꼭지 등 신체 접촉이 잦은 곳을 면봉으로 닦아 샘플을 채집해 갔습니다.
각종 검사를 비롯해 방역 통제가 물샐틈 없이 치밀하지만 그래도 코로나19 발생 직후 때의 한달에 가까운 격리와 강력한 코로나 핵산검사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간편해진 것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제로코로나 중국의 동태청령도 결국 시간이 갈수록 계속 완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11월 11일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코로나 방역 신 정책도 이의 일환이고 2023년에 가면 대폭적으로 방역통제가 풀릴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2.11.15 chk@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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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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