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AP연합뉴스 |
중국 정부가 해외 입국자와 밀접접촉자의 격리 기간 단축을 포함해 일부 완화된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발표한 상황에서 본토 내 감염자가 계속 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철통 방역을 유지해 온 수도 베이징에서 감염자가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중국의 방역 정책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4일 0시 기준 전국 31개 성·시·자치구에서 확인된 코로나19 일일 신규 감염자가 모두 1만607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감염자 1만4761명보다 1500명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중국 내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지난 10일 6개월여만에 처음 1만명을 넘어섰고 이후로도 증가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은 광둥(廣東)성과 허난(河南)성이다. 광둥성의 일일 감염자는 이날 0시 기준 4648명으로 전날(4268명)보다 380명 늘었고, 허난성에서도 3014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전날(2665명)보다 350명 가량 늘었다. 수도 베이징의 확산세도 심상치 않다. 베이징은 그동안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타 지역에서 진입하는 인원을 강력히 통제해 왔지만 감염자 숫자로 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베이징의 신규 감염자는 전날(235명)보다 172명 늘어난 407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 400명대를 넘어섰다. 베이징은 준봉쇄 조치가 취해지던 지난 5월에도 일일 신규 감염자 수가 최대 100명 안팎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은 계속 방역 완화를 저울질 하고 있는 중국에 하나의 도전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방역당국은 지난 11일 해외 입국자와 감염자의 밀접접촉자에 대한 격리 기간을 단축하고 위험 지역 관리 기준을 단순화해 방역 통제 인원을 최소화하는 등의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또 2차 접촉자에 대해서는 추적 조사를 하지 않고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상을 무분별하게 확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감염이 확산할 때마다 주민 전수 검사를 진행하고 감염자의 거주지역을 넘어 도시 전체를 봉쇄하던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접근 방식이다. 이럴 경우 이전보다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 사전에 감염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왕타오 UBS 중국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관련 규제 완화로 겨울철에 더욱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감염자가 수만명 혹은 그 이상으로 급증한다면 정부가 상황을 관리하기 더 어려워지고 방역 정책 조정에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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