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난한 자의 날' 특별 미사…"포퓰리즘 경계해야"
영성체를 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기념일인 '세계 가난한 자의 날'인 13일(현지시간) 이주민 1천300여명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교황은 난민 구조선에 탄 이주민들을 어떻게 수용할지를 놓고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격한 갈등을 표출하는 상황을 두고 비판의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세계 가난한 자의 날 특별 미사를 연 뒤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 강당에서 이주민 1천300여명과 함께 식사했다.
성당 광장에서 이주민들에게 결핵과 C형 간염 검사를 비롯한 건강 검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지역 교구에서 마련한 식료품 5천 상자를 나눠주기도 했다.
교황은 자기 이익만을 중시해 곤경에 처한 이민자들을 외면하는 세태를 비판했다.
극우 성향의 이탈리아 멜로니 정부가 해상에 머물며 이주민 수용을 요청하는 난민 구조선의 처리 문제를 놓고 프랑스 정부와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이며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최근 상황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오늘도 많은 형제자매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시험과 낙담 속에서 희망을 찾아 이주하고 있다"면서 "일자리 부족과 부당한 노동 조건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의 대유행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가난한 이들의 곤경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세상은 이주민들에게 무관심했고 자기 이익을 위해 그들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손쉽고 성급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포퓰리즘의 사이렌'에 현혹되지 말자"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인근 해상에는 최근 대규모 이주민을 태운 구조선 4척이 이탈리아 정부에 입항을 요청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6일 독일 구호단체 'SOS 휴머니티' 소속 '휴머니티 1'호와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운영하는 '지오 바렌츠'호에 탑승한 이주민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만 선별 하선을 허용했다.
국제사회 비난이 커지자 이탈리아는 '휴머니티 1'호와 '지오 바렌츠'호에 남은 이주민 250명에 대해서도 8일 밤 하선을 허용했지만 이주민들을 전원 구조한 뒤 분배 문제를 논의하자는 프랑스 측 제의를 이탈리아가 완강히 거부하면서 갈등이 심화한 상태다.
프랑스는 지난 11일 난민 구조선 가운데 하나인 '오션 바이킹'을 남부 항구도시 툴롱에 입항하도록 했다. 유럽행 이주민 234명이 탄 이 선박은 프랑스 해상 구호단체 SOS 메디테라네가 임대해 운용 중이다.
이후에도 이주민 수용 책임을 둘러싼 공방은 끊이지 않았다. 프랑스 측은 자국 해상에 있는 구조선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이탈리아의 태도를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난했고, 이탈리아는 올해에만 이주민 9만명을 수용했는데 프랑스는 고작 234명을 데려갔다고 맞섰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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