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차이나 바이러스… 中에 책임 물어야"
바이든도 취임 후 '코로나19 기원' 조사 지시
中 "우한이 첫 발생지 아냐… 美가 퍼뜨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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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오는 1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 두 정상이 화상회의 형태로 대화를 나눈 적은 몇 차례 있었으나 대면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중 갈등이 갈수록 쳠예해지면서 만나봐야 성과가 나올 게 없어 미뤄진 탓도 있으나 그보다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몇 년간 대면 외교 자체가 얼어붙은 영향이 더 크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회담 의제에 관해 “두 정상이 국제 공동체에 영향을 끼치는 초국가적 도전을 비롯해 양국의 이익이 일치하는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초국가적 도전’이란 1차적으로 기후변화 대처를 지목한 것으로 풀이되나,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공중보건 위기 대응도 포함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미국과 중국 공히 세계에서 가장 빨리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 자국민을 상대로 접종한 것은 물론 세계 각국에 무상으로 백신을 제공한 바 있다. 특히 중국은 이른바 ‘제로 코로나’로 불리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방역정책을 채택해 확진자 증가로 인한 피해를 줄였다는 평을 듣는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1월 중국 우한에서 방호복을 입은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확진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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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코로나19에 관한 ‘책임론’이다. 2020년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바이러스가 중국 실험실에서 나왔다”며 “세계적 대유행의 책임을 중국에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불러 미국 사회에 반(反)아시아 정서가 급속히 확산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후임자인 바이든 대통령도 비슷하다. 그는 취임 직후 정보당국에 “코로나19 기원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이 포함된 정보당국은 3개월간 수집 및 이용이 가능한 모든 정보와 자료를 토대로 분석을 진행했음에도 지난해 8월 백악관에 ‘코로나19의 정확한 기원을 알 수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미국 정부기관들이 중국 연구소 등을 상대로 직접 조사할 수는 없는 만큼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국제기구인 WHO도 전문가를 중국 우한 연구소 등에 보내 자체 조사를 실시했으나 중국 쪽 정보 및 자료 열람이 제한되는 통에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코로나19를 퍼뜨린 것은 우리가 아니다”라고 국제사회에 선전하며 되레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고 세계 각국이 ‘대유행 종식’을 선언하며 현재는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관한 논의가 수그러들었지만, 언제든 재점화해 미·중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는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하는 세계보건기구(WHO) 연구팀이 2021년 2월 극도의 보안 속에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에 도착한 직후 경비원이 취재진의 연구소 접근을 통제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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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장피에르 대변인은 미·중 정상회담에 관한 언론 브리핑 도중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과 만날 때 코로나19의 기원에 관해 물을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예단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그는 “대통령은 항상 코로나19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했다”고 말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중국에 코로나19 책임론을 제기할 가능성을 부인하진 않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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