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모든 부문서 여성 차별·억압 가속화
"1990년대와는 다를 것" 약속 헌신짝 돼
탈레반 재집권 이전인 2017년 아프가니스탄 카불 시내의 한 놀이공원 모습. 공원을 이용하는 여성들을 볼 수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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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탈레반 정권의 도덕부(部)는 최근 카불 시내 공원 관리자들에게 “여성을 입장시키지 말라”고 명령했다. 도덕부는 “공원 안에서 이슬람 율법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 동안에는 1주일을 둘로 나눠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사흘은 여성들만, 나머지 나흘은 남성들만 각각 공원을 방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여성들은 아예 공원에 갈 수 없게 되었으며 친척 관계인 남성과 동행하더라도 입장이 불허된다.
도덕부 관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5개월 동안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공원 안에서 ‘샤리아’를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취한 조치”라고 말했다. 샤리아는 종교부터 남녀관계, 가족, 사회, 경제, 정치까지 무슬림 세계의 모든 것을 규율하는 이슬람 법체계를 뜻한다. “여성을 존중하지 않고 여성이 교육을 받거나 직업을 갖는 것에도 부정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갔다가 입장을 거절당한 어느 여성은 외신 기자에게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엄마의 즐거움인데 그럴 수 없다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여성 차별이 심각해지자 아프간 여성들이 반탈레반 시위를 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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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아프간을 다스린 탈레반은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전쟁 돌입을 계기로 약 20년간 권력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군을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수시킨 뒤 탈레반은 허약한 정부군을 무찌르고 재집권에 성공했다.
세계 각국이 아프간의 여성 인권에 관해 우려를 표명하자 탈레반은 “1990년대 첫 집권 때처럼 여성에 대한 잔혹한 탄압은 없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굳게 다짐했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탈레반은 여성이 남성 보호자 없이 홀로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10대 소녀들은 두려움에 학교를 떠났으며 “복학을 허용하겠다”는 탈레반의 약속에도 학교에 가지 않고 있다. 탈레반은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들한테 “직장에 일하러 가지 말라”고 통보했다. 지난 5월에는 여성들에게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쓰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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