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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프랑스, 234명 탄 난민선 수용 발표 뒤 伊와 거친 책임 공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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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툴롱에 입항…이주민들은 프랑스·독일 등이 분산 수용키로

프랑스 "부끄러운 일, 이기적", 이탈리아 "고작 234명 데려가면서"

"伊 '언론 플레이'에 마크롱 분노"…양국 관계 갈등 고조

연합뉴스

난민 구조선 '오션 바이킹'에 타고 있는 이주민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SOS 메디테리아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파리=연합뉴스) 신창용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난민 구조선 책임을 놓고 가시가 돋친 설전을 벌이며 두 나라 사이의 외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국무회의가 끝나고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난민 구조선 오션 바이킹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힌 뒤 입항을 계속해서 거부한 이탈리아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프랑스 해상 구호단체 SOS 메디테라네가 임대한 난민 구조선인 오션 바이킹은 지중해 중부에서 이주민 234명을 구조했으나 이탈리아와 몰타가 입항을 허가하지 않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인근 해상을 3주 가까이 맴돌고 있었다.

오션 바이킹은 프랑스 남부 툴롱에 있는 군항에 11일 오전 정박할 예정이다. 이주민 3분의 1은 프랑스에 남고 나머지는 독일 등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로 가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르마냉 장관의 발표에 앞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오션 바이킹 탑승객 중 건강 상태가 위중한 이주민 3명과 보호자 1명을 먼저 인근 코르스섬 병원으로 후송하라고 지시했다.

다르마냉 장관은 오션 바이킹이 이탈리아령 시칠리아섬 인근에서 이탈리아에 여러 차례 구조를 요청했는데도 응답하지 않은 점을 들어 이탈리아 정부를 향해 "부끄러운 일", "이기적"이라며 맹비난했다.

오션 바이킹이 분명 이탈리아의 탐색구조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이탈리아는 구조선을 받아들일 항구를 즉각 지정해야 하지만, 수수방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르마냉 장관은 "프랑스는 이탈리아가 책임감 있는 유럽 국가처럼 행동하지 않기로 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가 양국 관계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는 보복 조치로 유럽연합(EU) 일부 회원국끼리 난민을 나눠서 수용하자며 지난 6월 맺은 협약에 따라 이탈리아에서 이주민 3천500명을 받기로 한 계획을 중단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악수하는 프랑스·이탈리아 정상
(로마 로이터=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오른쪽)가 10월 23일(현지시간) 로마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이탈리아 총리 공보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2.10.24 jsmoon@yna.co.kr


이탈리아는 발끈했다.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이탈리아는 올해에만 이주민 9만명을 수용했다"며 "프랑스가 데려간 건 234명뿐이다. 프랑스가 겉으로는 유럽의 연대를 말하면서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왜 다른 나라들은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것을 이탈리아만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신임 총리는 취임 전부터 해상 봉쇄를 해서라도 불법 이민자의 물결을 차단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EU 13개국이 올해 이탈리아에 상륙한 이주민 가운데 8천명을 수용하기로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분산 수용된 이주민은 117명으로 이중 프랑스는 38명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다른 EU 국가들이 "이탈리아가 불법 이주민들에게 허용된 유일한 항구라는 원칙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며칠간 오션 바이킹 입항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여왔던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입항지가 결정된 이후에도 거친 책임 공방을 벌여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프랑스가 이번에 유독 강하게 이탈리아를 비난한 배경에는 멜로니 총리의 성급한 발표가 한 원인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탈리아 일간 라스탐파는 멜로니 총리가 양국 간에 물밑에서 오간 외교적 대화·합의를 무시하고 오션 바이킹을 프랑스가 수용하기로 했다고 먼저 발표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도 난민 문제는 민감한 이슈라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싶었는데, 멜로니 총리가 마치 외교전에서 승리한 양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인 게 화를 돋웠다는 것이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8일 이탈리아 안사 통신이 프랑스가 오션 바이킹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하자, 프랑스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전에 프랑스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탈리아 총리실 발표 뒤 2시간 만에 "이번 일에 대한 이탈리아 정부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는 프랑스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AFP 통신을 통해 나왔다.

하루 뒤인 9일에는 올리비에르 베랑 프랑스 정부 대변인이 전면에 나서 이탈리아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베랑 대변인은 자국 라디오 채널인 프랑스인포와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정부의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역시 "프랑스 정부는 난민 구조선 수용에 대해 공식 발표를 하기 전에 이탈리아가 이를 기정사실로 한 것에 격분했다"고 전했다.

베랑 대변인은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 역내에서 코로나19 회복 기금 최대 수혜국인 점을 언급하며 "이탈리아는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스탐파'가 인용한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이탈리아가 외교 관계를 이런 식으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changyong@yna.co.kr,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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