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정부, 일부 구조선 임시 정박 허용한 뒤 '선별' 하선
오르반 총리, 멜로니 총리에게 "큰 감사 표해" |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극우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취임 초반부터 이민·난민 문제에 강경 노선을 보이고 있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신임 총리에게 찬사를 보냈다.
오르반 총리는 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드디어! 우리는 유럽의 국경을 지켜준 멜로니 총리와 새로운 이탈리아 정부에 큰 감사를 표한다"는 글과 함께 '#Grazie(이탈리아어로 감사합니다) 조르자'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멜로니 총리가 국제적인 비난을 감수하며 난민 구조선 입항을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럽 국경을 수호하는 조치라고 치켜올린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난민 구조선 4척의 입항 요청을 줄곧 거부해오다 전날 이 중 2척에 대해서만, 그것도 취약자만 선별해서 하선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국경 없는 의사회(MSF)가 운영하는 '지오 바렌츠'호에 타고 있던 이주민 572명 중 357명이, 독일 구호단체 'SOS 휴머니티' 소속의 '휴머니티 1'호에서 179명 가운데 144명이 긴 기다림 끝에 시칠리아섬 카타니아 항구에 내렸다.
이탈리아 정부는 어린이와 여성, 부상자 등에게만 하선을 허용한 뒤 나머지 인원은 건강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이유로 하선을 거부했다.
'휴머니티 1'호의 선장은 "이탈리아 정부가 카타니아 항구를 떠나라고 명령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며 "구조된 생존자들과 함께 항구에 머물며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선 기다리는 이주민들 |
구호단체 'SOS 휴머니티'는 "이탈리아 정부가 간단한 건강 검진 뒤 성인 남성 35명이 건강하다고 판단했지만, 이들에겐 정신적·육체적 상태를 전달할만한 통역사가 없었다"며 "정신 건강 검진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이탈리아 정부에 차별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면서 "해사법은 명확하다. 구조된 모든 사람이 안전한 곳에 하선할 때 구조 작업은 종료된다"고 강조했다.
해사법에 따라 난민 구조선은 가장 가까운 항구로 가야 한다며 이탈리아 정부를 압박한 것이다.
지난달부터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인근 해상에는 독일과 노르웨이 국적의 난민 구조선 4척이 이주민 1천75명을 구조해 이탈리아 정부에 입항을 요청해왔다.
이탈리아가 그동안 입항을 거부해 구조선은 길게는 2주 이상 바다 위에서 표류해왔다.
멜로니 신임 총리는 자신이 집권하면 아프리카에서 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을 근절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올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상륙한 8만7천명에 이르는 이주민들 가운데 14%가 구호단체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난민 구조선은 구조선에 달린 깃발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야 한다며 독일, 노르웨이 정부가 이주민들을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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