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서 전두환 험담… 해직교사 42년만에 무죄

5·18민주화운동 직후 교단에서 전두환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군사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은 고등학교 교사가 42년 만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의 ‘정의의 여신상’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승철)는 1980년 계엄법 위반 혐의로 전투교육사령부 계엄보통군법회의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은 오모(72)씨의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광주 모 여자고등학교 교사였던 오씨는 5·18민주화운동 직후인 1980년 8월 3학년생 60명을 상대로 당시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의 험담을 늘어놓은 혐의를 받았다.

오씨는 당시 대통령선거 절차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에 “유신헌법 하에서는 통일주체국민회의가 추대한 1명만이 항상 90%의 찬성을 받아 당선됐다. 요즘 추대 움직임이 보이는 전두환 상임위원장도 그렇게 될 것이 확실하다”고 답했다.

이어 전두환의 한자명(全斗煥)을 풀이하면서 “八자는 8년을, 王자는 왕을 뜻해 8년간 왕을 한다. 또 十자는 10년을, 二자는 총알 두 방을 의미해 10년째는 총으로 시해된다”는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교사계엄보통군법회의에 넘겨진 오씨는 1980년 12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1981년 6월 광주고법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광주지검은 지난해 6월 오씨의 항소심 판결이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같은 해 12월 재심개시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전두환 등이 1979년 12·12 군사반란 이후 1980년 5·18민주화운동과 1981년 1·24 비상계엄 해제에 이르기까지 행한 행위는 내란죄로서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해당한다”며 “오씨는 전두환의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저지·대항한 정당 행위를 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5·18민주화운동 사법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추진하고 있는 검찰은 올해 상반기까지 유죄를 선고받은 183명에 대해 직권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확정 받았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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