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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UEFA 챔피언스 리그

“아, 옛날이여!”… 몰락한 바르셀로나가 애타게 외치는 그 날의 UCL[최규섭의 청축탁축(蹴濁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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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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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세도(勢道)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 부귀영화가 오래 계속되지 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우리네 속담이다. 자고로 온갖 세상일에 딱 들어맞는 듯싶다. “영원한 절대 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스포츠계 철칙(鐵則)과 어쩌면 그렇게 맥이 서로 통하는지 절로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다.

바르셀로나가 또다시 붕괴했다. 충격적이다. 스페인 라리가를 대표하는 명가가 초라한 민낯을 드러내며 쓰러졌다. 2022-2023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조별 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치욕을 당했다. 두 시즌 연속이다. 금세기 으뜸가는 팀의 하나로 손꼽히는 바르셀로나가 다시 한번 1차 관문의 벽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무너질 줄이야, 그 누가 예상했을까?

21세기 들어 네 번씩이나 UCL 천하를 지배했던 바르셀로나다. 2005-2006, 2008-2009, 2010-2011, 2014-2015시즌, 정상에서 포효하며 ‘바르셀로나 왕조’를 구축했던 그들 아니었던가. 그야말로 전혀 내다보지 못했던 ‘라 디나스티아(La Dinastia: 왕조)’의 몰락이다.

역시 한 번 성한 건 얼마 못 가서 반드시 쇠하여짐[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은 불변의 진리인가 보다.

‘바르셀로나 왕조’ 붕괴 직면… 두 시즌 잇달아 UCL 조별 라운드 탈락 비운에 내몰려

2022년 10월 26일(이하 현지 일자), 바르셀로나가 비운의 운명에 눈물을 흘린 날이다. 이날 2022-2023 UCL 조별리그 C그룹 5차전에서, 바르셀로나는 독일 분데스리가 최강 바이에른 뮌헨에 0-3으로 졌다. 철옹성으로 자부하던 캄 노우에서 당한, 변명할 길 없는 완패였다.

UCL에서, 유달리 바이에른 뮌헨만 만나면 잔뜩 움츠러들곤 했던 바르셀로나다. 최근 바이에른 뮌헨과 맞붙은 6경기에서 모두 쓰라린 패배의 맛만 봤다. 여섯 번 겨루는 동안 주고받은 골은 처참 그 자체다. 4-22, 절대적 열세를 면치 못했다.

단순한 1패가 아니었다. 조 3위(1승 1무 3패·승점 4)에 그쳐 1, 2위 팀에 주어지는 16강 결선 라운드 티켓을 거머쥐지 못하는 결말로 이어졌다. 2021-2022시즌에 이어 UEFA 유로파리그(UEL)로 밀려난 몰골은 전혀 바르셀로나에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다.

기록적 측면에서도, 바르셀로나는 정신을 좀처럼 차릴 수 없을 듯하다.

먼저, 그룹 스테이지 탈락은 바르셀로나로선 이번 세기에 들어와 두 번밖에 일어나지 않은 수치다. 1955년 유러피언컵으로 발원해 1992년 지금 이름으로 바뀐 기나긴 UCL 역사에서, 바르셀로나가 조별 라운드에서 고배를 든 것은 네 번째다. 두 번은 20세기에 있었다. 1997-1998시즌(그룹 C 4위·승점 5)과 1998-1999시즌(그룹 D 3위·승점 8)에 잇달아 쓴잔을 들이켰다.

안방에서 당하는 잇따른 굴욕적 대패도 충격도를 더한다. 바르셀로나가 UCL 초창기 27년 동안 홈에서 3골 이상 차로 진 경기는 단 두 번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캄 노우에서 무려 네 번씩이나 3골 이상 차로 좌절하는 수모를 당했다. 바이에른 뮌헨에 두 번, 유벤투스와 파리 생제르맹(PSG)에 각각 한 번씩 강타를 맞았다. 바이에른 뮌헨엔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조별 라운드에서 각각 0-3으로, 유벤투스엔 2020-2021시즌 조별 라운드에서 0-3으로, PSG엔 같은 시즌 16강 1차전에서 1-4로 한판승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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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바르셀로나의 주포인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역시 반전의 운명을 비껴가지 못했다. 팀과 마찬가지로, 굴욕적 기록의 멍에를 멨다.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둥지를 틀고 있던 시절인 2011-2012시즌 UCL에 뛰어든 이래 처음으로 조별 라운드 탈락의 비운에 맞닥뜨렸다.

참으로 짓궂은 신의 농락일지 모르겠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주 득점원이었던 레반도프스키는 바르셀로나를 무척 괴롭게 했던 골잡이였다. 바르셀로나가 안방에서 늪에 빠졌을 때, 2골을 터뜨리며 더욱 깊숙이 밀어 넣었던 존재가 바로 레반도프스키였다.

어둠이 있으면 밝음이 있기 마련이다. 바르셀로나가 나락에서 허덕인 반면, 율리안 나겔스만 바이에른 뮌헨 감독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UCL 역사상,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4승을 올린 첫 사령탑의 영예을 안았다. 종전까지 나겔스만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조제 모(무)리뉴 AS 로마 감독(3승)은 2위로 밀려났다.

역사는 돌고 돈다. 어제의 승자가 오늘의 패자가 되고, 다시 내일의 승자로 올라서며 환호하는 게 스포츠 세계의 변하지 않는 진리다. 바르셀로나가 처음부터 UCL을 호령한 건 아니다. 첫 정상에 오르기까지 36년(1991-1992시즌)이란 세월이 지나가야 했다. 바르셀로나가 다시 UCL 정상을 밟는 데엔 얼마나 걸릴까?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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