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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건설수주’라더니…한화 ‘이라크 신도시’ 철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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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김수헌의 투자 ‘톡’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신도시 철수


한겨레

김승연 한화 회장이 2012년 7월29일(현지시각)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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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이 11년째 이어오고 있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에서 손을 떼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10만가구 아파트와 학교·병원·전력시설 등 배후기반시설 건설에 13조원을 투입하는 초대형사업이다. 내세우는 이유는 공사비 미지급이다. 한화건설이 물려 있는 공사대금은 9000억원 정도다.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위원회는 “계약대로 공사비를 지급해왔지만 한화건설이 공사를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정부와 한화건설 간 국제 소송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화건설은 100% 모회사 ㈜한화에 흡수합병이 예정되어 있다. 이 회사의 비스마야 사업 포기는 합병공시를 통해 알려졌다. 합병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해외공사의 계약상 지위와 권리, 의무 등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발주처의 동의가 필요하다. 한화건설은 지난 7일 공시에서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는 합병 절차에 대해 부동의 의사를 전달하였다”며 “이에 회사는 비스마야 사업 공사대금 지급 지연과 미지급 등 계약 위반을 이유로 위원회에 계약해지 통보를 하였다”고 밝혔다.

이라크에서 무슨 일이?


여기서 몇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라크는 왜 굳이 동의하지 않겠다 하였을까. 한화와 한화건설은 100% 모자 관계다. 경제적 실질로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예컨대 한화가 부실회사라 이번 합병으로 한화건설이 짊어져야 할 재무적 부담이 크고, 이라크 사업에 대한 영향이 예상된다면 반대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합병으로 이라크 사업에 미칠 영향은 없어 보인다.

합병 이후의 한화가 공사주체로서 지위를 승계하는 것에 대해 이라크가 동의해주지 않는다고 하여 한화가 합병을 중단하지는 않는다. 한화의 선택지는 공사 포기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이라크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구태여 반대 의사를 전했다는 것은 이라크와 한화건설 간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여러가지 문제와 심각한 갈등이 그동안 있었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

한화건설이 못 받고 있는 공사대금은 지금 환율 기준으로 보면 약 9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한화건설 매출액 2조9500억원의 30%에 이를 정도로 막대한 금액이다. 계약을 해지하면 이라크가 순순히 돈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라크가 합병 절차 반대 의사를 전달한 뒤 단 하루 만에 한화건설은 공사해지 통보를 하였다. 회사는 9000억원 회수에 대해 따로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일까?

한화건설이 비스마야 주택사업 본계약을 맺은 것은 2012년 5월이다. 이어 3년 뒤인 2015년에는 배후기반시설 건설도 수주하였다. 둘을 합쳐 총 도급계약액은 100억달러(주택 80억달러, 배후시설 20억달러)다. 당시 많은 국내 매체들은 이를 두고 한국 건설사가 달성한 사상 최대 해외수주라고 불렀다. 세계적으로도 단일 건설사가 10만가구 이상 주택사업에서 설계와 조달, 시공을 모두 맡은 사례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수주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공사대금 결제조건은 중동국가와 맺은 계약치고는 한화건설에 좋아 보인다. 주택사업의 경우 10% 선수금을 받고, 15% 중도금은 계약 후 2년 안에 5%씩 세차례 나눠 받는 조건이다. 공사가 얼마나 진행되었든 도급계약금의 25%는 지급 시점이 되면 선수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딱딱 수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금액이 모두 20억달러다.

다음으로 잔금 75%는 공사 계약 후 16개월 시점부터 받기로 하였다. 4개월마다 공정진행률에 따라 공사금을 청구하는 조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이라크 정부가 많은 국내외 대형 건설사에 사업제안을 넣었지만 기피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래서 한화건설이 어느 정도는 갑의 위치에서 계약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건설은 2012년 본계약 협상 당시 이라크 쪽이 기성대금 결제조건을 매 1년으로 제안하자, 이에 반발하여 협상팀을 한국으로 철수시키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올 2월 기준으로 한화건설이 비스마야 사업에서 실제 받은 현금유입액은 우리나라 돈 기준으로 약 6조원에 이른다. 이라크 내전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여러차례의 공사 중단, 그리고 원활하지 못했던 공사대금 결제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현금이 유입될 수 있었던 것은 선수금과 중도금 덕분이었다. 이라크 사업의 공사진행률은 지난 6월 말 현재 주택사업 44.99%, 배후시설사업 29.02%다. 한화건설이 못 받고 있는 공사 미수금 잔액은 재무제표상으로 약 8280억원(대손충당금 설정 후 금액)이다. 이 회사의 해외도급공사 선수금 잔액은 8078억원이다.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공사대금이 8280억원, 돈은 미리 받았지만 아직 공사가 많이 진행되지 못하여 공사대금으로 전환 못한 돈이 8078억원이라는 이야기다. 선수금 잔액은 거의 대부분 비스마야 사업에서 유입된 돈이다. 한화건설은 발주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되면 미수금과 선수금을 상계처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공사미수금은 200억 남짓한 수준으로 크게 감소한다.

진짜 귀책사유는 누구에게?


문제는 ‘발주처 귀책사유’라는 부분이다. 이라크가 이를 인정할 리 없다. 현지매체 등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한화건설 책임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화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합병절차에 대한 동의를 빌미로 이라크 쪽이 공사비 삭감 등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동안 공사비 지급에 미온적이던 이라크 쪽이 합병을 기화로 계약조건 완화를 내세우는 것으로 보아 공사를 더 진행할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한화가 내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비스마야 사업은 원래 2021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이라크와 한화 간 합의에 따라 2027년으로 연장되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외부에서 보기에 한화건설은 미스마야 사업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 지난해 공사대금으로 1억달러가 유입되었고, 이라크 정부가 비스마야 분양 활성화 정책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사와 전혀 무관할 것 같은 ㈜한화와의 합병으로 꼬여가는 분위기다. 물론 바깥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속사정으로는 오래전부터 이미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었을 수도 있다.

경제이슈분석 미디어 ‘코리아모니터’ 대표. <기업공시완전정복> <이것이 실전회계다>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1일 3분 1회계> <1일 3분 1공시>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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