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쓴 사람 잡아라”…‘눈치 백단’ 자영업자 덕에 보이스피싱범 잡았다

경기남부경찰청이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 속 화면. /페이스북

한 자영업자가 수상한 장면을 목격하고 발빠르게 신고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를 막은 사연이 알려졌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휠체어에 돈다발이?…경찰서로 달려간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 따르면, 경기 광주시 곤지암터미널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지난 7월15일 오후 12시30분쯤 수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 남성이 자신의 전동 휠체어를 골목에 세워두고 옆에 서서 계속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A씨는 이 남성이 수십분이 지나도록 한참이나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었다고 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A씨는 남성이 잠깐 자리를 뜬 사이 전동 휠체어를 살펴봤다. 전동 휠체어 뒤에는 현금이 든 봉투가 있었다. A씨는 “요즘 현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그렇게 많이 가지고 다니는 게, 순간적으로 (수상하다는) 느낌이 딱 왔다”고 했다.

A씨는 곧바로 근처 파출소를 찾아 신고했다. 신고를 마친 뒤 가게로 돌아가던 A씨는 마침 수상한 거래를 목격했다. 아까 그 남성이 전동 휠체어를 탄 채 흰색 모자를 쓴 또 다른 남성 B씨에게 돈 봉투를 건네고 있었던 것이다.

A씨는 “그때 골목 입구에 트럭 한 대가 서서 B씨를 가렸다”며 “경찰이 오는 사이 B씨가 빠져나가는 걸 보고 ‘큰일났다’는 생각에 손짓을 해 경찰을 불렀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관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저 모자 쓴 사람 잡아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A씨 덕분에 B씨를 놓치지 않고 검거할 수 있었다.

경찰은 A씨를 ‘피싱지킴이’로 선정하고 표창장과 신고보상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A씨는 “언론‧매체에서 그런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를 많이 접했으니까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고를 하게 됐다”며 “그런 일이 있을 때 이웃이랑 한마디라도 상의를 했더라면 당할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혼자 사시는 분들 주변에서 잘 살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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