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교황’ ‘미세스 다웃파이어’... 이엄지, 무대미술가로 활약
2022년 10월 4일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 연극 '두 교황',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 무대미술가로 활약중인 이엄지 디자이너가 포즈를 취했다. /김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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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두 교황’ 무대 위에 오른 무대미술가 이엄지는 “결혼은 마동탁 닮은 남자와 했다. 외모 말고 성격이”라며 웃었다. 앞에 무대 미니어처가 보인다. /김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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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두 교황’,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사랑의 불시착’ 등 지금 흥행 중인 세 공연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무대미술을 모두 이엄지(39)가 맡았다. 최근 맹활약 중인 그녀는 만화가 이현세의 둘째 딸.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 나온 여주인공이 바로 엄지였다.
“어릴 적에는 이름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학기 초에는 늘 동물원 원숭이 같았습니다. ‘이현세 딸이 이것도 못하네’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모범생으로 살아야 했어요.”
서양화를 전공한 이엄지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평면에서 입체로, 즉 무대미술로 인생의 항로를 잡았다. 지난 4일 ‘두 교황’이 공연 중인 한전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녀는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마법에 끌렸다”며 “무대미술은 배우와 조명, 관객이 들어오는 순간 생명력을 갖게 된다”고 했다.
연극 '두 교황'의 배우 신구와 정동환. 공연은 오는 30일까지 일주일 더 연장됐다. /에이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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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베드로 성당을 재현한 무대로 호평받고 있는데.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을 보지 말 걸 그랬어요(웃음). 너무 화려하더라고요. 저는 관객이 처음부터 성당에 들어온 기분에 휩싸이길 바랐습니다. 신구 선생님 등 원로 배우가 많아 경사와 안전에 더 신경을 썼어요.”
–공연계에서 왜 이엄지에게 일감이 몰릴까요.
“연출·조명 등 다른 파트와 소통을 잘해서일지도 모르겠어요. 제 주장도 하지만 다른 분들 의견도 받아들이면서 디자인을 만들어갑니다. 데뷔한 지 10년 됐지만 무대미술 분야에서는 제가 막내급이에요. 페이(보수)도 싸죠. 하하.”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흥행 중인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도 이엄지가 무대를 디자인했다. /샘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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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미술가는 시간과 돈에 현명해야 합니다만.
“어느 시점에서는 이상을 접고 현실과 타협해야 하니까요. 학생들에게는 ‘도면에 선 하나 잘못 긋는 순간 몇 백만원이 왔다 갔다 한다’고 말하곤 해요. 원안을 포기하지 않고 가져가는 지점을 결정해야 할 때 가장 힘들어요.”
–이를테면 ‘이엄지 스타일’이 있나요.
“저만의 색채를 만들지 않으려고 애써요. 스타일이 정해지면 맡을 수 있는 공연의 폭이 좁아지니까요. 특징이 없는 게 특징입니다(웃음).”
–이 무대 디자인은 수월했나요.
“윤호진 예술감독은 ‘꿈을 마음껏 펼쳐봐’ 하셨는데 무대 깊이가 얕아 상상을 제한했어요. 예산도 발목을 잡았고요. 영상과 조명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도 극장에서 성 베드로 성당과 바티칸 광장 등 매력적인 세계를 창조해 쾌감을 느꼈어요.”
이현세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의 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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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수 박찬호는 ‘그때는 우리 모두가 까치였다. 뚱뚱하면 백두산, 안경 쓰면 마동탁, 여자친구는 다 엄지였다’고 했는데.
“저도 한때 야구를 좋아했어요. 두산 베어스 팬이었지요. 결혼은 마동탁 닮은 남자와 했습니다. 외모 말고 성격이(웃음).”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면.
“한때 ‘큰 나무 옆에 다른 나무 못 자란다는 말’ 때문에 마음 아팠는데, 돌아보면 아빠의 나무 그늘 덕분에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철딱서니 없던 딸도 엄마가 돼 보니 튼튼한 나무 그늘이 되고 싶어요. 아빠, 아직은 내가 ‘이현세 딸’이지만 나중엔 아빠가 ‘이엄지 아빠’로 불릴 거야. 사랑합니다!”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두 교황' 무대에 오른 이엄지 디자이너 /김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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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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