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10년 축적 부, 10달 만에 사라져…국민 97%가 빈곤선 아래"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오토바이에 주유하는 한 남성(오른쪽)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경제가 지난해 8월 탈레반의 재집권 후 25%가량 축소되는 등 재앙적 수준으로 붕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6일 보도했다.
카니 위그나라자 유엔개발계획(UNDP) 아태 사무국장은 전날 미국 뉴욕 기자회견에서 "탈레반 집권 이전 아프간의 국내총생산(GDP)은 200억달러(약 28조원) 수준이었는데 1년 만에 50억달러(약 7조원)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간 축적한 자산과 부가 10달 만에 사라졌다며 "이런 종류의 극적인 붕괴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프간 인구의 95∼97%가 빈곤선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의 인구는 약 4천만명이며 1년 전 빈곤선 이하 국민 비중은 약 70%였다.
위그나라자 국장은 "작년 8월 이후 기초식품 가격이 35% 올랐다"며 "이 때문에 아프간 국민은 수입의 60∼70% 이상, 일부는 80%까지 음식과 연료를 사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UNDP는 이날 함께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반까지 아프간에서 일자리 70만개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실직한 이의 대부분은 여성이고 어린이 5명 중 1명은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며 특히 여성·어린이 등 취약계층이 경제난으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전했다.
와중에 마약 생산 등 불법 경제가 다시 활개 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GDP에서 불법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년간 9∼14%에서 12∼18%로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가난에 찌든 이들이 거리로 내몰리면서 마약 중독자가 늘었고 경제난에 시달린 농부들은 밀 대신 아편, 헤로인 등의 원료인 양귀비를 재배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프간은 세계 최대 아편 생산지로 악명 높은 나라로 탈레반은 올 초 양귀비 재배 전면 금지 조치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단속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주재 UNDP 대표인 압달라 알 다르다리는 "인도주의적 지원만으로는 아프간의 경제 붕괴를 메울 수 없다"며 민간 분야 회복 작업 등을 통해 앞으로 3년간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1996∼2001년 집권했던 탈레반은 9ㆍ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이후 오랜 내전 끝에 지난해 8월 20년 만에 재집권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등 서방의 제재와 해외 자금 동결 등으로 외화 유입이 막히자 아프간 화폐 가치가 하락했고 물가가 상승하는 등 안 그래도 허약했던 아프간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환전상. |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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