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호스트를 맡아 난코스를 조성한 최경주. |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그가 오면 수준이 달라진다.'
29일부터 경기도 여주시 페럼 클럽(파72)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맞는 선수들은 '지옥 코스'를 맞닥뜨렸다.
페어웨이 폭은 18∼20야드에 불과하다. 페어웨이가 가장 좁은 9번 홀은 15야드다.
티박스에서 보이는 페어웨이는 그야말로 개미허리다.
이 좁은 페어웨이를 100∼120mm 길이의 러프가 에워싸고 있다. 100㎜ 길이 러프에 들어서면 신발이 안 보인다. 볼은 물론 보이지 않는다.
어찌어찌 탈출은 가능해도 원하는 거리와 방향으로 공을 쳐 내기는 불가능하다.
페어웨이에 볼을 떨구는 정확한 샷이 아니면 버디는커녕 파도 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코리안투어 이우진 운영국장은 "아마 이번 시즌 들어 가장 어려운 코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높은 선수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가 넘어야 할 장애물은 코스뿐 아니다.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만 볼 수 있는, 그린과 코스에 바짝 붙어 있는 갤러리 통제선은 선수들의 배짱을 시험대에 올린다.
페어웨이와 그린에 바싹 붙여 설치한 갤러리 통제 로프 덕분에 관중들은 선수들의 몸동작 하나하나, 숨소리까지 감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선수들도 갤러리의 눈길을 지척에서 느낀다. 그만큼 긴장과 압박감이 커진다.
재작년과 작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갤러리가 들어올 수 없었지만, 이번 대회부터 갤러리 코앞에서 경기하는 긴장감을 이겨내야 한다.
코스를 어렵게 만들고 관객과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건 대회 호스트 최경주의 뜻이다.
최경주는 코리안투어 선수들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등에서 뛸 국제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려운 코스에서, 관객들 코앞에서 자주 경기해야 한다는 지론을 틈만 나면 설파한다.
그는 다른 대회는 몰라도 자신이 호스트로 나서는 이 대회만큼은 이런 소신을 실행에 옮겼다.
그러나 선수들은 힘든 만큼 보상도 많다.
모든 프로 대회에서 선수들에게 받는 대회 참가비를 받지 않는다. 주최 측은 참가비를 대신 내주고 4만 원짜리 야디지북도 무료로 나눠준다. 선수당 20여만원이지만 주최 측 부담은 적지 않다.
총상금 12억5천만 원에 우승 상금 2억5천만 원도 두둑하지만, 무엇보다 예비비 4천500만 원을 편성해 61위 밖 선수들에게도 450만 원씩 나눠주는 게 눈에 띈다.
하위권 선수들을 배려한 것이다.
연습 환경도 가능하면 PGA투어 수준으로 제공한다. 코스에 드라이빙 레인지는 물론 쇼트게임과 벙커샷 연습장도 갖췄다.
이우진 국장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연습 시설이 완비된 코스에서 개최하는 코리안투어 대회는 20%가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대회 코스를 정할 때 러프를 기르고, 그린을 최대한 빠르게 조성하고, 갤러리 통제선을 최대한 코스와 그린에 바짝 붙여서 설치하고, 연습장 시설을 완비할 수 있는 골프장을 선택한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페럼 골프클럽은 이런 최경주의 의지를 100% 반영해 3년째 대회를 치른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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