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신당역 내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쓴 애도 메시지가 붙어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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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자” “한번만 더 연락해”
A(45)씨가 헤어진 여자친구 B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가운데 일부다. A씨는 2019년 7월부터 9월까지 이같은 내용의 문자를 10차례 보냈다. B씨가 A씨를 피해 전화번호를 바꾸자 A씨는 메일로 수단을 바꿨다.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13번이나 보냈다.
B씨는 A씨를 피해 결국 이메일 계정을 지웠다. A씨는 B씨의 계좌로 33차례에 걸쳐 돈을 송금하며 송금 메시지를 활용해 다시 만나자고 요구했다. A씨는 B씨가 운영하는 회사 인스타그램 계정으로도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심지어 B씨 부모에게 “전화번호를 알려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일부러 알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등의 협박을 하기도 했다. 1년간 이어진 A씨의 행동에 B씨는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했고, 극단적인 시도를 하기도 했다.
A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스토킹처벌법이 2021년 10월 시행돼 이 사건에 적용하지 못했을 뿐 스토킹 범죄에 충분히 해당한다”면서도 벌금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앞으로 A씨처럼 ‘문자 폭탄’으로 상대방에게 공포감을 주는 경우 실형에 처해진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19일 회의를 열고 정보통신망 및 개인정보 범죄의 양형기준 설정방안을 논의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헌·화상 등을 상대방에게 반복적으로 도달하도록 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는데, 별도의 양형기준은 없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해당 범죄를 저지른 경우 기본 징역 4개월에서 8개월을 선고하도록 권고했다. 가중 요소가 있는 경우 징역 6개월~1년이 권고 형량이다. 양형위는 “범죄 발생의 빈도수와 해당 범죄의 양형에 대한 국민적 관심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양형위는 향후 스토킹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설정 여부를 심의하기로 했다.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된 사건의 양형 사례를 분석하고, 개정 여부 등을 따져본뒤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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