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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이야기] 향긋한 쌈 곰취가 꽃까지 피었다고?

조선일보 김민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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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이야기] 향긋한 쌈 곰취가 꽃까지 피었다고?

서울흐림 / 7.0 °
<161회>
저는 곰취 쌈을 정말 좋아합니다. 지금도 곰취라고 쓰니 그 향긋한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곰취를 ‘산나물의 제왕’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어린 잎은 생으로 먹고 좀 지난 것도 데쳐서 나물 등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요즘 그 곰취의 꽃이 피었습니다.

곰취 꽃과 잎.

곰취 꽃과 잎.


곰취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우리나라 전역의 깊은 산에서 자라는데, 대개 키가 75cm 정도까지 자랍니다. 곰취의 심장형 잎은 아주 크고 특색이 있어서 구분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다만 초봄에 독초인 동의나물과 잎 모양이 비슷한데, 동의나물은 잎이 두껍고 가장자리 톱니가 둔한 반면 곰취는 잎이 부드럽고 가장자리 톱니가 뾰족한 차이가 있습니다.

요즘 핀 곰취 꽃은 사람들이 잎을 뜯어도 견뎌낸, 또는 용케도 사람 눈을 피한 것들이 피운 것입니다. 강원도에 가보면 산비탈 전체가 노란색 곰취 꽃들로 가득 차 있는 풍경도 볼 수 있습니다. 꽃은 여름에 피기 시작해 초가을까지 피는데, 꽃의 크기는 4~5cm정도이고 꽃잎이 아주 진하고 선명한 노랑색입니다.

‘곰취’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요.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지만 곰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곰이 나타나는 깊은 산에서 자라기 때문일 가능성, 잎이 곰 발바닥 모양이어서 붙였을 가능성 등이 있습니다.

곰취 잎. 잎이 부드럽고 가장자리 톱니가 뾰족하다.

곰취 잎. 잎이 부드럽고 가장자리 톱니가 뾰족하다.


제주도나 남해안에 가면 꽃모습은 곰취와 아주 비슷하고 잎도 비슷하지만 광택이 있고 아주 큰 식물이 있는데, 이 친구는 털머위입니다. 줄기에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 나 있어서 털머위라고 부릅니다.

곰취처럼 잎이 쌈이나 나물로 좋고 꽃도 예쁜 식물이 더 있습니다. 요즘 한창 하얀 꽃이 피는 참취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름에 ‘취’ 또는 ‘나물’이 들어가면 먹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물론 동의나물처럼 예외도 있습니다). 그런 취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 최고의 나물이라고 이름에 ‘참’ 자가 붙은 것이 참취입니다. 그래서 참취를 그냥 ‘취나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가 먹는 부분은 어린 심장형 잎을 잎줄기까지 딴 것입니다.


‘참’ 자가 들어간 나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참나물입니다. 참나물 꽃은 살짝 제철이 지나긴 했지만 아직도 볼 수 있습니다. 서울 홍릉숲 약초원에 가면 참취와 참나물을 나란히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참취(왼쪽)와 참나물 꽃이 나란히 피어 있다. 서울 홍릉숲.

참취(왼쪽)와 참나물 꽃이 나란히 피어 있다. 서울 홍릉숲.


참취는 국화과지만, 참취는 미나리처럼 우산 모양으로 꽃이 피는 산형과 식물입니다. 참나물은 작은 흰 꽃들이 둥글게 모여 피어납니다. 작은 잎이 3장씩 모여 달리는 3출엽 잎이 연할 때 나물로 먹습니다. 참나물은 향그럽고 맛도 순해 누구나 좋아하는 봄나물입니다.

강원도에 가면(요즘은 서울에도) 곤드레나물밥을 파는 식당이 많습니다. 이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곤드레나물은 바로 고려엉겅퀴 잎으로 만든 나물입니다. 고려엉겅퀴는 다른 엉겅퀴와 달리 잎이 갈라지지 않고, 대신 잎의 가장자리에 작지만 날카로운 톱니가 있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고려엉겅퀴는 요즘 산에서 꽃이 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얼마전 좀 뜻밖에도 인왕산·북악산 길에서 고려엉겅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고려엉겅퀴(곤드레나물).

고려엉겅퀴(곤드레나물).


몇 년 전 늦여름 울릉도를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좀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나리분지의 한 식당에 갔더니 부지깽이나물이라는 메뉴가 있었습니다. 배도 고픈데다 향긋하고 맛있어서 정신없이 먹은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부지깽이나물은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그리고 밭에서 재배하는 섬쑥부쟁이 어린잎을 부르는 이름이었습니다.

섬쑥부쟁이는 전체적인 인상이 까실쑥부쟁이를 닮았습니다. 까실쑥부쟁이는 꽃이 연한 보라색인데 섬쑥부쟁이는 흰색인 점이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참취 같기도 합니다. 섬쑥부쟁이는 참취와 같은 속입니다.

울릉도 섬쑥부쟁이(부지깽이나물).

울릉도 섬쑥부쟁이(부지깽이나물).


잎도 좋고 꽃도 좋은 식물을 얘기하면서 산마늘을 빠뜨리면 산마늘이 서운해할 것입니다. 음식점에서는 흔히 산마늘을 명이나물이라 부릅니다. 울릉도 초기 이주민들이 산마늘을 캐 먹으며 연명을 했다고 목숨을 뜻하는 ‘명(命)’자를 붙여 명이나물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산마늘(명이나물) 잎과 꽃.

산마늘(명이나물) 잎과 꽃.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노란 곰취 꽃을 담은 사진은 참 근사한데 저는 아직 담아보지 못했습니다. 올가을 강원도 등 산행이 몇번 남아 있으니 꼭 가을 하늘 버전 곰취 꽃을 제대로 담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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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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