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프간 정부 동결 자금 절반 인도적 지원에 활용키로
탈레반 "미국은 자금 주인 아냐…조건 없이 풀어야"
탈레반이 카불에서 미국 국기를 조롱하는 내용의 벽화 앞을 지나는 모습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동결 자산을 토대로 구호재단을 출범시키려하자 아프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이 이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탈레반 정부 외교부 대변인 압둘 카하르 발키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 정부 국호) 외교부는 미국의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해당 조치는 국제 규범 위반이라고 밝혔다.
발키 대변인은 "만약 그 자금이 아프간의 정당한 요구를 고려하지 않고 사용된다면 이슬람 에미리트는 관련 개인, 기구, 기업의 활동을 금지하고 벌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프간 국민이 은행 시스템에 접근하고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도록 미국이 동결 자산을 해제하고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제한을 풀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대변인도 AFP통신에 "아프간 국민의 자산이 미국에 의해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그 자금의 주인이 아니다"라며 관련 자금은 아무 조건 없이 풀려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4일 미국 정부 주도로 스위스에 아프간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구호재단이 설립된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측이 지적하는 것은 이 구호재단의 재원이 미국 내에 압류된 아프간 정부의 자산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탈레반이 지난해 8월 아프간을 재장악하자 자국 연방준비은행에 예치된 아프간 정부의 자산 70억 달러(약 9조7천700억 원)를 동결했다.
동결된 아프간 정부의 해외 자산은 이를 포함해 90억 달러(약 12조6천억 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대부분은 국제 구호 단체 등이 아프간 지원을 위해 이체한 것이다.
이후 미국은 지난 2월 9ㆍ11 테러 희생자 유족 배상에 아프간 정부 자금 70억 달러 중 35억 달러(약 4조8천900억 원)를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아프간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기금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관련 구호재단이 출범하게 된 것이다.
수십 년간 계속된 내전으로 국토가 황폐화된 아프간은 탈레반의 재집권 후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공공 부문 경비 대부분을 커버하던 해외 원조가 거의 끊어진데다 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까지 겹친 상태다.
유엔은 올 초 아프간 인구 4천만명 가운데 2천300만명이 '극심한 기아'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8월 31일 미군 철수 1년을 기념해 탈레반 상징 깃발을 들고 환호하는 대원 |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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