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은 올 시즌 패스트볼에 약점을 보이고 있었다. 145km가 넘어가는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졌다.
원래부터 그랬던 타자는 아니었다. 올 시즌에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최정이 홈런을 친 뒤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최정이 150km가 넘는 공에 약했다는 건 내년 봄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국가 대표팀의 전력 약화를 불러 올 수 있다.
메이저리거가 대거 참여하는 WBC서는 150km를 우습게 넘기는 투수들 또한 무한정으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숙적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150km 이상 던지는 투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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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투아이 투구 추적시스템(PTS)에 의뢰해 최정의 패스트볼 구속별 타율을 알아봤다.
실제 최정은 올 시즌 빠른 공에 약점을 보이고 있었다.
최정은 140km에서 145km사이 구간에서 가장 강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대에 해당하는 구간이다. 최정이 구속 구간 중 두 번째로 많은 72타수를 기록했다.
최정은 이 구간에서 타율 0.347의 맹타를 휘둘렀다. 최정이 KBO리그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성적이다.
하지만 이 보다 공이 빨라지면 타율이 급락했다.
145km에서 150km 구간에선 타율이 0.212에 불과했다. 150km가 넘는 공에는 0.167로 약했다.
하지만 이 기록에는 표본이 너무 적다는 단점이 있었다. 150km가 넘는 공을 상대한 것은 18번에 불과했다. 한 시즌 토탈 기록이 그렇다.
KBO리그선 제구가 되는 150km가 넘는 공이 흔하지 않은 만큼 드문 드문 들어 오는 150km 이상의 공에 대해선 경계가 다소 허술해 질 수 있다. 타격 타이밍을 구사 확률이 높은 150km에 맞춰놓고 움직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좀 더 많은 150km대 공과 승부를 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는 뜻이다.
또한 최정은 최정이다. 스스로 헤쳐 나올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있었다.
지난 7일 잠실 LG전, 9회 1사 후 터진 동점 솔로포가 그 증거였다.
최정은 LG 마무리 고우석이 던진 154km짜리 몸쪽 패스트볼을 걷어 올려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겨 버렸다. 라이너성으로 뻗어나가 타구는 그대로 잠실 구장 외야 스탠드에 꽂혔다.
잠실 구장과 150km 이상 빠른 공에 모두 약점을 보였던 최정이 스스로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최정은 이 경기 포함, 최근 10경기 타율이 0.162에 불과했다. 이 홈런은 최정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는 한 방이었다.
자신이 올 시즌 가장 약점을 보였던 150km 이상이 찍힌 공을 받아쳐 만든 홈런이었다. 약점이 강점으로 바뀔 수 있는 전환점이 된 홈런 이었다. 뒤지고 있던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영양가 만점의 홈런이었기에 더욱 가치가 있었다. 최정도 한 시름 마음의 짐을 덜고 자신의 타격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최정은 강속구에 약한 타자였다. 그러나 고우석을 상대로 홈런을 친 이후론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비록 사구로 잠시 숨을 고르게 됐지만 그 감각을 잃지 않기를 한국 야구계가 모두 바라고 있다.
최정은 통증을 훌훌 털고 자신감을 장착하며 약점을 지우고 돌아올 수 있을까. 쉽게 잊혀지지 않는 한 방을 친 만큼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듯 싶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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