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맨 왼쪽) 영국 국왕과 커밀라(왼쪽 둘째) 왕비가 영국 북아일랜드 힐스보로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서거를 추모하는 인파를 만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왕위에 오르면서 왕세자 시절 거처인 ‘클래런스 하우스’에서 개인 사무를 돕던 비서, 재무담당, 홍보팀, 가사 도우미 등 직원 약 100명을 해고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들 직원들은 최근 왕실로부터 클래런스 하우스의 가사 업무가 종료되었다는 서면 통지를 받았다. 이들은 상당수가 왕세자를 위해 수십 년간 근무했지만 실직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12일자로 왕세자 개인 사무팀은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소식은 찰스 3세가 지난 12일 에든버러 성자일스 대성당에서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를 추모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당시 많은 직원들은 여왕 서거 이후 의전 규범인 ‘런던 브리지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해고 통지문은 찰스 국왕의 개인 비서인 클라이브 앨더튼이 보냈다. 이 통지문으로 인해 클래런스 하우스 직원들은 ‘상당히 흔들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찰스의 왕위 계승으로 자신들도 신임 국왕 거처에서 근무할 것으로 기대했다가 실직 통보를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지문에서 클라이브는 “그동안은 전임 왕세자의 개인적 편의를 지원하는데 가사 지원이 이뤄졌다면, 지금은 이러한 작업은 더 이상 수행되지 않는다”면서 “직접적이고, 근접 거리에서, 개인적인 지원과 조언을 하는 직원들은 새 국왕 및 왕비를 위한 보좌를 계속 하게 된다”고 밝혔다.
찰스 3세가 예산 부족으로 개인 사무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왕에 즉위하면서 국민들의 시선을 감안해 최소한의 인력을 운영하는 본보기를 보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텔레그래프는 “해고 통지문 역시 (국왕을 지원하는 직원들의) 역할이 개인적 편의에서 국가 수반으로서 공적 임무로 바뀌었다는 점을 짚었다”고 보도했다.
클래런스 하우스 대변인은 “지난주 왕위 계승으로 옛 왕세자실 직원들의 가사 업무가 종료됐고 이는 법에 따른 절차”라면서 “오랜 시간 왕실을 위해 일해온 직원들을 위해 최대한 많은 인원을 다른 직무로 배치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너무 늦게 해고 통지가 전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일인) 지난 8일 이후 모든 (클래런스 하우스)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는데 이 소식을 접했다”면서 “(해고 통지에) 직원들이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해고된 직원들은 법률 절차에 따라 ‘상당한’ 실업급여를 받게 되며, 3개월 동안은 처우에 변함이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찰스 국왕이 엘리자베스 여왕이 거주했던 버킹엄궁에 살지 여부는 발표되지 않았다.
[이현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