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탈레반 체제, 권위주의 향해 내리막"
아프간 카불에서 부르카를 입고 이동 중인 여성.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유엔(UN) 소속 여직원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의해 일시 구금되고 희롱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지 집권 세력인 탈레반은 즉각 이를 부인했다.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은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유엔에 고용된 아프간 여직원 3명이 무장 치안 요원에 의해 일시 구금돼 신문 받았다고 밝혔다고 아리아나뉴스 등 아프간 매체와 외신이 보도했다.
UNAMA는 사실상의 당국(탈레반)에 의해 유엔의 아프간 여직원이 최근 희롱당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며 "아프간 여직원을 겨냥한 협박이나 희롱 같은 모든 행위에 대한 즉시 중단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UNAMA는 구금 관련 상황이나 장소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탈레반 당국은 곧바로 반발했다.
빌랄 카리미 탈레반 정부 부대변인은 이번 일은 남부 칸다하르의 권선징악부 관리들과 연관됐다며 "그들은 여성들이 모여있기에 어떤 일인가 정보를 얻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여성들이 유엔 소속이라는 점이 확실해지자 그들은 철수했고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구금되거나 희롱당한 유엔 여직원은 없다"고 강조했다.
권선징악부는 이슬람 질서 구축을 위해 '도덕 경찰' 노릇을 하는 정부 조직이다.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년) 때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워 여성의 외출, 취업, 교육 등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지난해 8월 재집권 후에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포용적 정부 구성, 인권 존중 등 여러 유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상당 부분은 여전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여성과 소수 민족에 대한 인권 침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분위기다.
현재 아프간 여성은 남성 가족 보호자 없이는 장거리 여행도 할 수 없고 외출 시 얼굴을 모두 가리는 의상을 입어야 한다.
중·고등 여학생의 등교도 금지된 상태다.
이에 대해 아프간 인권 상황 관련 유엔 특별 조사위원인 리처드 베넷은 전날 탈레반 치하의 인권이 악화하고 있으며 여성은 믿기 어려울 정도의 탄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베넷은 "여권의 심각한 역행, 반대와 비판에 대한 보복,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 등이 탈레반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며 아프간은 권위주의를 향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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